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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14. 2024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최중경 지음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책은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못해 한국 역사에 헛발질을 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때로는 전술에서 승리가 전략적 승리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삼국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15개 사례에 문제를 제기하고 아쉬운 점을 드러내며 전략적 사고를 통한 발전을 기대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교실에서 역사 수업을 사실 암기보다 문제의식을 가질 소재를 찾아 토론하자고 한다. 특히 역사 속에서 실패한 사례를 분석하고 토론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5가지 사례로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의 협공을 받을 때 고구려는 백제를 돕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신라의 배반을 눈치채지 못했다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일어서는 중국 대륙혼란기에 요동지역을 정복할 수 없었는가?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를 벗겨버린다.

명나라가 청나라로 교체될 때 조선의 외교력은 왜 정세 판단에 미숙했는가?

   인조의 무책임함이 병자호란을 만들었고, 정예를 남한산성에 가둔 것은 실수였다.

4. 조선은 왜 해금정책을 실시해 해외 정세에 눈을 감았는가?

   그저 명나라를 따라한 것이다. 후과가 크다

5. 성리학적 질서가 고려와 조선 초기 과학기술을 어떻게 말아먹었는가?

   농자천하지대본은 한나라 때의 케케묵은 사상이다.

6. 재조지은의 망령이 현대에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재조지은은 근대화까지 막았다.

7. 신립 장군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친 것은 틀렸다고 하지 마라

8. 이순신은 과연 민족 성웅인가? 저자는 이순신 살아서 한양을 뒤집는다는 가정에서 논한다.

9. 계백 장군 이야기는 진실인가?

10. 명은 조선에 왜군을 막아준 것에 고마워해야 하지 않는가?

11. 19세기 조선이 미국, 영국과 우호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12. 군주의 배신으로 방관자에서 조선은 희생양이 되었지 않은가?

13. 일본이 조선을 넘어섰음을 알고 있는가?

14. 상해 임시 정부는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

15. 식민지 근대화론은 왜 틀렸는가?     


   13장 내용에 논리적 모순이 보인다. “세종대왕 때 있었던 3차 정벌에서 조선 조정에 항복한 대마도주 소 사다모리가 대마도를 조선 땅에 편입시켜 주길 요청한 사실은”(p.250)과 각주 “조선 조정은 ”원래 대마도가 경상도 땅이었으니 경상도에 편입시키겠다 “라고 했고 대마도주 사다모리는 ”경상도에 편입되어 있었던 적은 없다 “라는 입장을 취했다.”가 배치되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편입된 적은 없다는 사실과 편입시켜 달라는 요청이 편입된 적이 없으나 편입시켜 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도 있다.     


   15장에 식민지근대화론을 잠재우는 종결자로 민족 분단과 몇 가지 논리적 근거와 사실을 열거하고 있지만, 책을 읽어가며 행간에는 저자가 친일학자의 논리, 뉴라이트 계열의 논리와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다.

 “정한론은 학습의 대상이다”(p.225) “삼국간섭은 일본이 조선을 취하는 데 있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p.233)는 기술,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민지였다”는 서술, 일본이 천황제를 토대로 막부와 다이묘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었다 “는 일본의 봉건제도가 근대화의 기초였다는 일본 학자의 주장과 같다.    

 


   내용이 앞뒤 혹은 중간에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이미 발표한 별도의 글을 엮다 보니 그러리라 여긴다. 일부 불편한 점도 보인다. 상해 임시정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거나 이순산 장군이 살아서 한양으로 가 혁명을 했다면 어떨까라고 가정하며 내용을 전개하는 부분은 편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역사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학교에서 토론을 통해 문제의식을 인식해 보자는 제안은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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