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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13. 2024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브리다는 내가 선택한 파울로 코엘료의 두 번째 장편 소설책이름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녀는 소설의 배경인 아일랜드 산으로 스물한 살이다. 소설은 브리다가 영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엮었다. 연금술사에서 쓴 표현인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종교적 배경에는 가톨릭이 깔려 있다.


   마법사, 마녀, 마스터 등으로 표현되는 일군의 사람들은 브리다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내 취향으로는 썩 감흥이 일지 않고, 영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를 본 듯하다. 내 방식으로 바꿔보면 스무 살 처녀가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는 과정으로 보일 뿐이다. 그 과정에 섹스가 중요한 관문이다.     


그래도 옮겨 두고 싶은 문장이 있고, “그래.” 하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서문에서 코엘료가 작자 미상의 글에 기대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취하는 태도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건물을 세우는 일과 같은 삶은 건물이 완성되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또 하나는 정원을 일구는 사람과 같은 삶의 태도는 늘 고생하고 쉴 틈이 없지만,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으며, 정원은 그것을 일구는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의 삶에 위대한 모험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남자가 여자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여자가 남자를 더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마법은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다.

실망과 패배감, 좌절은 신께서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 사용하는 도구다.

이 세상에 완전히 잘못된 건 없다. 멈추고 있는 시계조차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는다.

그의 가슴이 기쁨에 살짝 벅차올랐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빗장을 걸어버렸다.

이따금 신의 축복은 모든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며 찾아들기도 한다. 그 역시 모든 남자와 똑같은 한 사람의 남자로, 똑같은 나약함과 똑같은 덕목을 지닌 사람이었다.

밤의 어둠 속에서는 그 어떤 안내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빛으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밖에 비추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모른다.

지금 포기하면, 살면서 선택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리라.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바꾼다는 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 힘은 대부분 마녀와 몇몇 특별한 여자들 사이에서 늘 저주받은 힘이었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이 힘에 대해 알고 있지. 그리고 우리 여자들은 우리 자신이 이 비밀의 위대한 수호자임을 알고 있지. 이 힘 때문에 우리는 위험하고 험난한 세상을 헤매며 살아가는 벌을 받았어. 왜냐하면 우리가 북돋울 이 힘은 어떤 곳에서는 혐오스럽게 여겨지거든. 부지불식간이라도 일단 그 힘을 접하게 되면 평생 그것에 결속되어 살게 되지. 그 힘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로 사는 거야. 그것을 신비로운 힘으로 변형시키거나, 혹은 그 엄청남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사용하게 되는 거지. 그 힘은 우리를 둘러싼 만물에 깃들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계와 신비주의자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모두 존재하고 있어. 그 힘은 학살될 수도 있고, 심지어 부정될 수도 있어. 수년간 잠들어 있을 수도, 어느 구석엔가 처박혀 잊힐 수도 있어. 인류는 그 힘을 가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 오직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것은 이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간은 그것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거야. “그 힘이 무엇인가. 그것은 섹스다.”     


십자가 자체는 바뀌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뀌었다. 인류가 신과 가까워졌을 때 섹스는 신과 하나가 되는 상징적 수단이었다. 섹스는 삶의 의미를 다시 접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통제력을 잃어야만 그 절정에 이를 수 있는 경이로운 현상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누군가와 한 침대에 들어갈 때, 우리는 육체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 존재와 교감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그 힘은 그 자체에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때, 오감을 사용해야 한다. 오직 사랑,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는 오감만 가지고 있어야 한다.   

   


브리다는 문학동네에서 2010년 10월에 1판 1쇄를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2011년 5월에 나온 것으로 본문 351쪽이다.     


옛 독일 속담 : “악마는 사소한 데 깃들어 있다.”(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에서 파생된 것으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월리엄 블레이크 : 지금 증명된 것은 예전에 누군가 상상만 했다. (뉴턴이 거인의 어깨 위에 있다는 표현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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