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흘 동안 책 읽기를 게을리 했다.
<독서의 힘>은 지난주 부천 교보문고에서 <독서로 말하라>가 놓인 위치를 확인하다 골라 배달된 책이다. “모두가 책 읽는 나라”를 화두에 올리며, 중국 CCTV 다큐를 출판한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류 문명사에서 독서 흐름과 중국의 독서 운동을 파악할 수 있다.
현대 도덕의 추락 배후에 문명의 쇠퇴와 영혼의 황폐화가 있다는 인식에서 2013년 중국은 전인대에서 ‘전 국민 독서법’을 제정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독서 시설과 조건을 제공한다. 선전은 도서관 확충으로 ‘책을 사랑하는 도시, 존경받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우한의 지하철 도서관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제도다. 중국에서는 벌써 독서를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실천하고 있다.
<독서의 힘>은 무에서 유로 이어진 책의 역사를 다룬다. 고전은 모든 지식인이 반드시 읽고 연구해야하는 문명이 영혼이자 현재 문명의 정신적 선조다. 동방견문록과 천연론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인생의 성공과 독서 간의 대체 불가능한 인과 관계도 보여 준다. 문화 계승과 문명 창조에 과거 제도가 끼친 영향은 구제도에 대한 다른 해석이자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과거제는 남다른 생각을 하는 인재를 기르지 못한다. 교재와 지식인들의 사상도 통일되어 군주가 지식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게 된 것이다. 과거제는 오랫동안 중국 대륙의 독서 열풍을 이끌어내 장본인이다. 고려도경과 병인양요에서 볼 수 있었던 민가의 서책 보유와 아이들 글 읽는 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독서는 여과되지 않은, 정보의 중복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조각난 정보 때문에 치밀한 논리관계가 부족하다는 분석에 공감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되고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2017년 통계는 한국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8.3권이다. 2016년 중국이 파악한 통계로는 2013년 중국 성인 연평균 독서량이 4.58권인데, 한국,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은 각각 11권, 20권, 40권, 60권이다. 4만 불에 도달하지 못하고 경제가 정체하거나 이명박의 후안무치 기사를 봐야하는 이유는 개발독재 탓에 독서를 게을리 한 업보라는 생각이다.
- 축의 시대 위대한 작품인 성경, 도덕경(BC770~BC221), 논어(BC540~400), 손자병법(BC515), 기하학 원론(BC300)
- 자산 계급의 성정과 세계를 바꾼 동방견문록(1298), 군주론(1532),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1543), 햄릿(1598~1602), 동물의 심장과 혈액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1628), 요재지이(1680), 프린키피아(1687), 법의 정신(1748), 파우스트(1768~1775), 국부론(1776), 미국 독립선언문(1776), 홍루몽(1791), 인구론(1798), 카라마조프의 형제들(1880),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 자유론(1859), 종의 기원(1859), 꿈의 해석(1899), 전쟁론(18세기말~19세기초), 상대성 이론(1905), 침묵의 봄(1962)
- 사회 변혁을 이끈 공산당 선언(1848), 자본론(1867), 천연론(1897), 아Q정전(1921)
지식 탄압사 3건 : 분서갱유, 교황 그레고리 1세는 지식이 신앙에 복종해야 한다는 이유로 로마 도서관을 불태울 것을 명령했고, 642년 아랍 명장 아므르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도서를 공동 목욕탕 땔감으로 써 6개월간 타올랐다고 한다. 100년 후, 8세기 중엽 바그다드에 ‘지혜의 집’을 세운다.
덧붙인 잡다 :
<설해문자>에는 황제 시기 문자를 난든 사관을 ‘造字聖人’으로 추앙했는데, 도교에서는 문자의 신인 창힐선사라고 한다.
논어는 인류 독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이다. 중국 전통문화 속 가장 기본적인 윤리인 ‘인’, 공자의 황금율인 ‘己所不欲 勿施於人’을 담고 있다. 공자가 말한 두 가지 윤리는 인간관계, 인간과 사회의 관계 처리에 도움이 된다. 인간 본성과 사회간의 균형 관계만 잘 맞으면 이 사회가 진정한 화합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논어를 관철하는 인의예지신은 중국인의 행동원칙이다.
자연과학사나 과학사에서 영향력이 큰 책은 뉴턴의 <프린키피아>로 현대 공업화의 기초가 대부분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1687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논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도서관은 문화의 진정한 평민화가 이루어진 공간이다.
17세기부터 유럽 과학계에는 인종에 따라 다른 문화가 형성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린네의 생물학 저서 <자연의 체계>에서 기인한다. 이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서양의 인종차별을 야기했다. 게놈 프로젝트에 따르면 99.99% 유전자의 비밀은 같다. 종족의 개념은 문화의 개념일 뿐 생물학 개념이 아니다.
서양의 사상가나 철학자들은 대부분 노자와 장자의 철학을 좋아하며 ‘道法自然(도는 자연을 본받는다)’을 숭상한다. 5천자 정도의 <도덕경>은 철학, 윤리학, 정치학, 군사학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자연을 따르고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극복한다.”는 사상은 중국인의 세계관과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도덕경은 성경을 제외하고 발행량이 가장 많은 번역서다.
호메로스 서사시는 서양 사회 전체의 도덕관념의 본보기가 되고, 이후 개인의 성취와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인문 이론이 출현했으며, 인간과 신을 동격화 하였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은 자연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이었으나 소크라테스부터 인간과 사회에 관한 연구로 옮겨갔다. 인간은 당연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과는 별개의 특징이 있는 실체로 인정되었다. 이후 철학자들은 인간 자신과 윤리, 도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플라톤은 이상주의자로 이념을 숭상했다. 플라톤은 세계를 추상적 이념으로 구성된 이념의 세계와 현상의 세계로 구분했다. 플라톤의 사상은 서양 철학사상의 기본 틀이 되었다. 서양의 비판 정신과 빈틈없는 추상적 논리 사유의 기본은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 체계 위에서 세워진 것이다.
중국의 철학은 도덕이라 변하지 않는 도리를 따진다. 서양 철학은 정의라 법을 따져 공정함을 우선시했다. 뉴턴이 자신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때의 거인이란 책들이다. 마테오 리치와 서광계가 함께 번역한 사서와 중국경전은 17, 18세기 유럽의 ‘중국 열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1998년 난카이 대학 양징넨 교수는 90세에 11개월에 걸쳐 국부론을 번역했다. 단순 학술도서가 200년 넘게 인기를 끈 이유는 이 책이 현대 자유무역과 자본주의, 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기계나 상품을 발명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발전에 회기적인 역할을 한 것은 국부론 덕이다. 국부론의 핵심은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전체 사회의 이익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97년 엄복은 영국 생물학자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를 번역해 <천연론>을 내놓았다. 사회다윈주의를 담은 천연론은 무술변법을 시작하게 하고 후스, 천듀슈, 루쉰 등을 통해 신문화 운동을 일으키게 한 촉매였다.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어야, 섭렵해야 한다. 독서로 지식의 계보를 갖추면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사고의 구조적인 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도서관은 가정, 회사를 이은 제3의 문화 공간이어야 한다. 논어와 성경은 써도 마르지 않는 무한한 가치를 보유한 보물이다. 위슈화의 ‘비틀거리는 인간’, ‘왼손위로 내려앉은 달빛’을 사보자.
디지털 독서는 대부분 누군가 가져다 놓은 정보를 읽는 수동적인 독서다. 디지털 독서는 절대 우리에게 고전을 배달해 주지 않는다. 노력해서 읽지 않으면 타인에게 끌려가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조각난 정보에 시간을 뺏기면, 결국 우리의 삶은 몇몇 엘리트들에게 조종당할 수밖에 없다.
하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얻는 정보는 여과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즉흥적인 정보를 발송한다.
둘째, 중복이다. 똑같은 정보가 널려있어 같은 내용을 또 찾아보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적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셋째, 모두 조각난 정보이기 때문에 전체로 연결되지 않아 치밀한 논리 관계가 부족하다.
많이 먹는 사람과 영양분을 잘 섭취하는 사람 중 누가 건강할까?
성공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책을 읽는 사람이다.
책 끝에는 중국과 외국에서 인용되는 ‘책 속의 명언’을 실어두었다.
바람소리, 빗소리, 책 읽는 소리, 가리지 않고 귀에 들어오듯, 집안 일, 나랏일, 천하의 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 하느니.(중국 고헌성) 루쉰은 다른 분야 읽기도 강조한다. 독서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사이 높을수록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책을 읽고 사색하지 않으면 깊이 깨달을 수가 없다. 겨우 얻은 얕은 지식은 쉽게 사라져 버리고 만다.(쇼펜하우어) 책읽기는 영혼의 그랜드투어와 같다.
<독서의 힘>은 “전통적인 독서는 체계적인 지식과 풍부한 영양분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여전히 강한 힘으로 우리를 지탱해 주는 독서를 통해, 우리는 더욱 활력이 넘치는 사상과 지혜, 깨달음, 그리고 강한 의지도 함께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란 중국인이다. <독서의 힘>은 책, 독서에 관한 상식 책이다. 아주 쉽게 쓰인 글이다. 더불북에서 2018년 3월 초판을 본문 335쪽으로 내놓았다.
P.S. 2018.10.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