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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06. 2024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쓰루가야 신이치 지음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나를 깨우고 만들어가고 싶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꼭 듣고 싶은 거다. 일본 사람 중에서 책을 많이 읽거나 편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 이어 <책을 읽고 양을 잃다>는 쓰루가야 신이치란 편집자이자 독서가의 글이다. 저자는 40여 년간(2010년 기준) 책 만드는 일과 독서로 살아온 사람이다. 제목은 <장자>의 ‘讀書亡羊’에서 따온 거란다. 책 읽는데 집중해서 돌보던 양을 잃었다는...... 나는 친구들이 이덕무를 불렀던 ‘간서치’란 말이 좋다. 나도 간서치가 되고 싶은 거다.     


   정님 교수의 책을 읽다가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찾았으나 품절 상태인지라 출판당시보다 높은 값을 치르고 산 중고책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잘잘한 이야기’, ‘책에 관한 에세이’ 구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유럽의 옛 학자, 고전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에세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고, 공감하는 내용도 있다. 기괴한(?), 듣거나 보지 못했던 이야기도 있다.    

 

4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장제목이 좋다.

배운 뒤에야 부족함을 안다(學然後知不足). 빈 방에도 남은 한가로움이 있다(虛室有餘閒). 이름만 사랑하는 세상에서 이름을 잊은 나그네(愛名之世忘名客). 마음이 맑으니 묘한 향기 끼쳐오네(心淸聞妙香).

책갈피에 끼워둔 낙엽은 방충제였다는 걸 알게 된 이야기. 동서양 책장 넘기는 방법의 차이를 생각해 보는 관찰력. ‘스쳐 지나가니’는 因緣중 緣에 대한 것으로 소설의 작법을 생각하게 한다. 근시였던 부자의 이야기인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묵독과 음독에 대한 典故를 살피는 것을 보면서 ‘하브루타’ 학습 방법은 음독의 전통을 이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장서인’을 읽으며 나는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내 책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를 생각한다. 도서관에 기증, 자식에게 물려주기, 북카페, 될 대로 되도록 해두기 중 어느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 초연한 사람’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시기에 살았어도, 알지 못했던 학자들(간서치)을 소개한다. 정말 세상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이 친구라면?. 이외에도 ‘근시’, ‘다독’, ‘정독’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근시인 사람이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끄덕인다. ‘기억술’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신데렐라 변형’에서 저자가 다독자임을 여실하게 보여 준다. 아랍, 유럽, 일본의 유사한 이야기와 중세 고대, 기원전의 이야기까지 양의 동서와 시의 고금을 다루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  

    


초판 1쇄가 2010년 10월에 ㈜ 웅진씽크빅에서 발행하고 ‘이순’에서 임프린트한 것으로 본문 272쪽 분량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지만, 수능 감독 배치, 행복교육 박람회 참관, 대학졸업 30주년 준비 등으로 바빠 일주일이나 책을 들고 다니기만 했다.  


P.S. 2016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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