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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16. 2024

글쓰기의 최소원칙

여럿이 쓴다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문학평론가, 소설가, 에코과학자, 기자, 교수, 시인, 변호사라 등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과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와 대담을 담은 책이다.   

    


   도정일: 문장훈련을 위한 수사 장치를 풀어놓는다. 비교(유사성), 대조(차이), 분석, 요약, 단락훈련(연역과 귀납), 분류기법, 비유(은유, 직유, 역설, 반어, 상징, 알레고리)를 담았다. 묘사문의 지배적 술어가 형용사라면 서술문의 술어는 동사라며 요약은 현재동사를 쓰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독특한 표현이나 장식적, 기교적 훈련이 아니라,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글쓰기 기본능력을 키워야 한다.        


   김훈: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분하는 맥락과 같다. ‘이념의 일관성’으로 세상을 정의, 불의, 미추로 판단함은 부당하다. 한글의 본질은 조사에 있다. “문체라고 할 때 문체는 ‘이’와 ‘은’ 사이에서 대부분 가려진다. ” ‘꽃이 피었다’는 사실 진술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 정서 진술이라는 차이가 있다. 문장은 짧고 정확해야 한다. 문학적인 글에서 동어 반복을 피하라. 글을 쓰려면 세상을 자기 안목으로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시선의 독자성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인식 틀이 있어야 한다. 문학적 글쓰기의 본질은 설명이 아니라 표현에 있다. 나와 대상 사이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 문체가 확연히 달라진다. 언어의 음악성이 들어 있어야 한다. 글을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선연한 그림이 들어와야 한다.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배열 돼야 한다.  이 모두를 합친 문체가 있어야 한다.       

박원순: 글쓰기를 위해 자료를 수집한다. 정보가 머릿속에 정리돼 있으면 글을 쓰는 것은 부수적인 과정이다.       

최재천: 통합, 융합, 통섭을 구분하고 통섭이 필요한 시대라 한다. “꽃은 식물의 성기다. 식물은 대낮에 성기를 세상에 펼쳐 놓고 사는 아주 야한 생물이다.”  유학시절 Technical writing 경험을 재미있게 자랑한다. 하버드대에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을 갖춘 글을 쓴다”는 지도교수의 추천서를 갖고 입학한다. 글을 마감보다 미리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소리 내서 읽어보며 입에서 굴러야 만족한다.       


   배병삼: 내가 왜 고전을 읽어도 그게 그것인가라는 미혹한 이유를 알려준다. ‘讀書百遍義自見’ 대신 정약용의 ‘자설(字說)’로 고전을 이해하는 방법을 바로잡는다. ‘단어(字)의 뜻이 통한 다음에 구(句)가 풀릴 수 있고, 구의 뜻이 통한 다음에 센텐스(章)의 뜻이 제대로 풀린다. 센텐스의 뜻이 제대로 통한 다음에야 텍스트(篇)의 전체적인 메시지(大義)가 드러난다.’ 고전 읽기의 적은 숭배적 읽기(공자주의)다. 지금의 내 삶이 갖는 문제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비판일변도의 고전 읽기는 자칫 현재주의라는 단견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오늘의 의미로 고전을 제대로 해석하여 표현하는 박지원 식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올바른 고전 독서법이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신영복의 <강의>를 흠모한다.       


   김수이: 부드럽고 알기 쉽게 글을 쓴다. 성경은 언어에 대한 무한한 숭배와 긍정 속에서 이루어진 글쓰기이며, 불경은 언어에 대한 철저한 한계 인식과 부정 속에서 행한 글쓰기다. 문학은 인간이 사유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으며 개입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대상이다. 인간의 내면이 문학의 모태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 관해 타인에게 말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존재다. 역사, 사회적 요인이 말하기 욕망을 억제하면 강렬한 문학적 활력이 넘친다.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것, 이것이 글쓰기, 특히 문학적 글쓰기의 출발점이다. 비유, 상징, 아이러니, 역설 등의 수사는 문학적 글쓰기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기교 이전에 인간 삶의 원리다. 문학적 글쓰기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신만의 표현과 문장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이문재:  ‘정확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저널리즘적 글쓰기를 표현한다. 자신의 글을 분석하여 수식어, 접속사, 나열 등 나쁜 버릇을 찾아 고쳐라.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아 써라(필사). 새롭지 않으면 쓰지 마라. 자세히 관찰하여 본 것을 소리 내어 말해보라.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나에 대한 글쓰기부터 시작하라. 표현이나 내용을 반복하지 마라. 접속사를 쓰지 마라. 그래야 개성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이 생긴다.       


   최태욱: 강의가 가장 유익하다. 의문, 상상력, 과학성이 사회과학적 글쓰기에 필요하다. y=f(x)가 사회과학적 글쓰기다. y는 종속변수, x는 독립변수다. 즉 x가 y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풀어가는 것이 사회과학적 글쓰기다. y에 대한 의문을 글 처음에 제시한다.(중요성, 왜 관심을 갖는가, y의 의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등) x에 관하여 흥미로운 y의 변화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y를 결정해 주는 변수는 무엇인가. 상상력이 필요하다. 증명과정에서 x와 y의 관계를 설명하여 본문을 구성한다. 통계, 비교, 논리, 역사, 전통, 문화적으로 접근하여 설명한다.       


   김영하: 역사상 수많은 걸작들이 금서였다는 시각으로 나를 깨우친다. 금서들이 쓰인 과정을 들여다보면 열정으로 쓴 글이다. 갖가지 억압을 토론하고 폭로하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진정한 기쁨이 있다. 김영하가 쓴 소설을 읽고 싶다.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2008년 11월에 경희대출판국에서 본문 324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P.S. 2015년 10월 2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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