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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이중톈 지음

by 노충덕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알지 못했었다. 책벌레 청주모임에서 만난 운영자(소셜홀릭, 책벌레)의 소개로 알게 된 이중톈. 중국에서 고전 강의로 주목받는 사람이다. 그의 품인록을 소개받았으나 먼저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를 샀고, 읽었다. 인생의 지혜를 담은 고전 강의라는 부제가 없다면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봐서는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사람을 이해하고, 인생의 방향을 보려고 애쓰는 13억의 중국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얻으라고 한다. 원제가 ‘중국의 지혜’인데 중국의 지혜 즉 중국의 문화 형성에 어떤 요소들이 담겨있는가? 요새말로 어떤 것들의 컨버전스가 중국의 지혜를 낳았는가를 풀어놓은 책이다. 주역의 계시, 중용의 원칙, 병가의 사고, 노장의 방법, 위진의 풍도, 선종의 경계가 중국 지혜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1강 주역의 계시는 한 번도 살지 않은 내일이 불안한가라는 주제로 일종의 세계관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즉 모든 것이 변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말하고 세계는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으며, 우선 근본을 붙잡고, 규율을 파악하고 체계를 세우는 것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이 주역의 뜻이라 한다. 주역은 부호로 세상의 이치를 간단히 풀고 있는데 위기를 의식하고 혼란을 대비하라(거안사위). 변화는 좋고 불변은 좋지 않으며, 변할 수 있는 것은 좋고 변할 수 없는 것은 좋지 않다는 기본사상을 가지고 있다 한다. 모순을 통한 변화, 변화를 통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거안사위. 매사에 조심하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주역이 제시하는 첫 번째 의견이고, 여시구진 즉 시대의 맥락을 파악하고 시대의 조류에 순응하라는 것이 두 번째 의견이며, 흡도호처, 말이나 행동이 적당하고 잘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의견이다. 지나침도 없고 미치지 못함도 없는 중용의 도는 중국문화의 독특한 지혜라 한다.


2강은 배척할 것인가, 포용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중용의 원칙을 강의한다.

중용에 관한 세 가지 결론으로 첫째, 중용은 반드시 상인지도(평범한 사람의 도)로 보통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과 동떨어진 말만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중용은 적중의 도로 가장 적합하고 적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중용은 반드시 실천할 수 있는 도여야 한다. 원칙과 융통성에서는 원칙성을 견지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하라 한다. 임기응변의 방법으로 조대방소(큰 것을 위고 작은 것을 놓는다), 득의망형(뜻을 얻어 자신의 형체마저 잊어버린다), 각행기시(각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 흥정(가장 좋은 것을 택할 수 없다면 한 걸음 물러나 차선책을 강구하라)을 소개한다. 이와 같은 것을 통해 이중톈은 중용을 현실적인 처세의 철학이라고 평가한다.


3강은 병가의 사고로 손자병법을 풀고 있은데 이중톈은 손자를 평화주의자로 보지 않고 전쟁의 효율성(전쟁 경제학)을 강조했다고 평하며 전쟁은 속임수라고 마무리한다.


4강은 노자의 방법 즉 노장 사상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하여 논한다.


5강은 위진의 풍도에 대해 논하는데 지난해에 읽은 ‘세설신어’에 나오는 이야기가 주로 소개된다. 위진 시대의 사회풍조, 자아에 대한 솔직함, 학식과 지혜, 고고함이 풍기는 외모, 풍채와 아량, 진정한 정감에 대한 사례를 들어준다. 이중톈은 위진 시대의 사상과 문화는 춘추전국시대 못지않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는 종래의 위진 시대에 대한 평가와 다른 시각으로 본 것이다.


6강은 삶의 지혜는 성인들만은 것인가 라는 주제로 중국화한 불교인 선종에 대하여 소개하며 언제 어디서든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선종에 이르러 널리 받아들여지게 것이라 한다. 혜능의 육조단경 번역본을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중톈이 말하는 “지식은 사회에 속하고, 지혜는 개인에게 속한다. 지식은 주고받을 수 있지만 지혜는 오직 까닭을 수밖에 없다”는 인용이 맘에 와닿는다.


저자 이중톈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지만 같은 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지식의 맥락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더구나 쉽게 풀어 재미있다. 중국인이 중국에 대하여 쓴 것을 읽은 것이라고는 고전을 제외하면 루신과 린위탕 이외는 떠오르지 않는데 이중톈을 알게 된 것은 쉽게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저작, 미학강의를 읽자.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는 2013년 3월에 중앙 books에서 초판을 낸 것으로 본문 415쪽 분량이다.


P.S. 2013년 10월 5일 오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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