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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10. 2023

북 칼럼  지사식견해(知思識見解)

지혜에 이르는 길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간관계를 맺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지혜를 얻으려 한다. 모두가 지혜로워지고 싶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드물다. 어떻게 해야 지혜로울 수 있을까.   


   먼저 인간과 자연에 대해 알(知) 아야 한다.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 알려면 배워야 한다. 배움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일어난다. 하나는 가르치는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학교 교육과 평생교육은 먼저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 배움이 일어난다. 가르침이 없어도 배움이 가능하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배울 수 있다. 외부에서 주어지면 교육이고, 스스로 배워 쌓으면 교양이다.     


   두 번째는 생각(思) 해야 한다.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곰곰이 생각지 않으면 오류를 알 수 없다. 일이나 상황을 파악할 때 생각 없이 한다면 로봇과 다르지 않다. <논어> 위정 편은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이 체계가 없고(學而不思則罔),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思而不學則殆)’고 한다.     


   세 번째는 식(識)이다. 명확히 안다는 것은 말할 수 있거나 글로 쓸 줄 아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거나, 부하가 상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명확히 안다고 할 수 없다. 기획안이나 보고서는 읽는 사람이 의문을 갖지 않도록 써야 한다. 보고 받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識)다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견(見)이다. 의견을 갖는다는 말이다.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히틀러와 제3 제국의 잘못인 홀로코스트에서 견(見)을 내놓은 것이 중요함을 배운다.     


   知思識見을 거쳐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解) 지혜다. 현실이 품고 있는 문제를 풀어 개선, 개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지혜다. 인간과 자연, 사회를 이해하고 예상할 수 있거나 당면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푼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자백가나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비슷한 시대에 고민하며 풀어내려고 했다. 이때를 인간의 역사에서 축의 시대(B.C. 900~B.C. 200)로 부르는 까닭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커져만 가고 경쟁에 시달리다 번 아웃을 겪기도 한다. 출산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주저하게 하는 생존여건과 생산연령층은 고 노년층의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우리의 문제를 의식하고 해답을 독서에서 찾아보자. 지혜를 구하는 일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는 알렉시스 토크빌의 통찰을 기억하자. 아는 것이 지혜에 이르는 출발점이다. 스스로 배워 쌓는 일은 정해진 때가 없다. 지금, 나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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