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푸시킨 지음
<예브게니 오네긴>을 지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남긴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표트르 안드레비치는 예카테리나 여제 시절 러시아 지방 귀족의 아들이다. 퇴역 군인인 아버지의 권유로 군에 입대하여 변방 부임지 벨로부르스크로 가다가 눈보라치는 어둠속에서 길을 잃는다. 길 안내를 해준 농민의 도움으로 요새에 도착한다. 하인 싸벨리치는 표트르가 군복무 동안 곁에서 시중을 든다. 조선 후기 과장에서 시중드는 하인이 있었던 것처럼. 현대 기준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인거다. 요새에서 사령관 미로노프 대위의 딸 마리아 이바노브나가 첫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요새에는 이미 이바노브나를 사모하는 후일의 연적 시바브린이 근무하고 있다. 변방에서 난을 일으켜 황제를 참칭한 뿌가쵸프가 요새를 점령하고 미로노프 대위와 아내를 참수하고 표트르가 참수될 찰나다. 뿌가쵸프는 길안내에 대한 대가로 털외투를 벗어준 표트르를 기억해내고 살려준다. 신부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나 시바브린이 결혼을 강요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마리아 이바노브나는 구원 요청 편지를 쓴다. 다시 뿌가초프 치하의 점령지로 들어간 표트르는 뿌가쵸프의 도움으로 이바노브나를 구출한다. 이것은 후일 표트르가 적과 내통하였다는 시바브린의 밀고로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야하는 계기가 된다. 표트르의 미래는 암울하다. 표트르 부모의 결혼 불가를 가능으로 바꾼 이바노브나가 연줄을 찾아 대는 노력으로 여제에게 표트르의 무죄를 호소한다. 여제의 특명으로 표트르를 석방한다.
소설에서 마리아 이바노브나가 미인으로 그려지거나, 섹시하다거나, 교양이 철철 넘친다거나, 돈이 많다거나 하지 않는다. 표트르가 매력을 느끼고 결혼하지고 마음먹는 데는 그저 소박하고 참하다는 것뿐이다. 인간이고 결혼하지 않은 여자, 처녀라는 사실 뿐이다. 요즘 결혼할 여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표트르의 기준은 기본, 인간적인 것이다. 그렇다.
옮긴이 김성일이 쓴 작품해설에 따르면, 반란사, 전해오는 이야기에 근거한 <대위의 딸>은 러시아의 역사적 삶을 다룬다. 작품에서 귀족과 농민을 대립시킨 것이 아니라 민중과 권력을 대립 시켰다. 그리뇨프(표트르)는 의무와 명예의 서약으로 자신의 계급과 연결된 귀족이지만 계급의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명예란 인간의 존엄함이고 사람이 자신의 정당함에 대해 갖는 내적 확신과 양심이 결합된 것이라고 이해한다. 명예는 모든 등장 인문의 인간성과 바른 품행을 재는 척도다. 푸시킨이 작품에서 던진 복잡한 질문중 하나는 ‘인간의 삶이 역사의 진행 방향에 의해 좌우되는가’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역사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제시하고, 역사 자체는 형벌을 가하고 파멸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들을 고양시키고 인간들에게 너그럽기도 한 것으로 그린다.
기억할 문장이다. “때가 지났다: 우리 젊음의 기쁜 날이......” “외투는 새것일 때부터 아끼고 명예는 젊어서부터 소중히 하라”(러시아 속담)
창비에서 ‘창비세계문학 43’ <대위의 딸>을 2015년 7월에 초판을 내놓은 것으로 본문 246쪽 분량이다.
P.S. 2016년 1월 28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