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지음
소설의 줄거리는 화자가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일생을 관찰하고 추적해 간 과정이다.
화자는 영국에서 만찬에 초대받아 찰스를 처음 만난다. 까닭 없이 가족을 버리고 간 스트랙랜드를 찾아서 설득해 달라는 에이미(찰스 스트릭랜드의 아내)의 부탁에 파리로 찾아간다. 아내와 가족이 추측했던 불륜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겠다는 각오로 빵과 우유만으로 두 달을 버티며 사는 스트릭랜드를 발견하나 설득하지 못한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 세월이 흘러 화자도 파리에서 작가의 삶을 산다. 그곳에 미적 감각은 섬세하지만 엉터리 화가인 더그 스트로보라는 화가가 아내 블란치 스트로보와 함께 찰스 스트릭랜드와 교유하고 있다. 더그 스트로보는 찰스의 그림에서 천재성을 보고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화자와 찰스 스트릭랜드, 스트로보 부부와의 파리 생활은 남편을 버리고 찰스 스트릭랜드를 따라간 블란치 스트로보가 석 달 후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하자 파국에 이른다. 아내를 잃은 더그 스트로보는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화자는 친구의 아내를 데려간 스트릭랜드를 증오한다. 6년 후 다시 만났을 때 스트릭랜드는 그동안 그린 그림을 화자에게 보여준다. 그림에서 화자는 감동받지 못했고, 지금은 그림의 가치를 알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찰스 스트릭랜드는 마르세이유에서 타히티로 간다. 나이 마흔일곱에. 혼자 그림을 그리던 그는 호텔 여주인의 주선으로 토박이 아내 아타를 아내로 맞아 헌신적 내조 덕에 3년간 행복하게 산다. 주인공은 나병에 걸리고 눈이 멀었던 1년간, 또 죽는 순간까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찰스 스트릭랜드의 그림이 높은 값에 거래된다. 화자는 타히티에서 찰스 스트릭랜드가 살았던 과정을 호텔 여주인과 닥터 쿠드라로부터 전해 듣는 내용이 소설의 후반부다.
<달과 6펜스>는 고갱을 모델로 예술세계를 파고든 소설이다. ‘인생에서 성공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자유롭게 살아가고픈 욕망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서머싯 몸이 표현한 여러 문장을 옮긴다.
“남자가 망신을 당하지 않고 연애할 수 있는 한계는 서른다섯이다. 죄인을 직접 응징할 완력이 없을 때는 늘 비참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세상의 평판은 여성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도 위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인간의 천성은 모순투성이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가식이 있고, 고결한 사람에게도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많은 선량함이 있다. 아스팔트에서도 꽃이 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물을 뿌릴 수 있는 인간은 시인과 성자뿐이다. 말이 마음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어 주지 못하듯, 말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힘들다. 대단한 표현은 못했지만, 그의 개성에는 사람을 따분하지 않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인간의 마음 안에 좀스러움과 위엄스러움, 악의와 선의 증오와 신뢰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포도넝쿨이 아무 나무나 타고 자라듯, 어떤 세상을 통해서 일어날 수 있는 수동적인 감정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잊어버린다. 사랑은 몰입하게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머리는 알지 모르지만- 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한다. 부지런히 일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죽음이 휴식을 주기 위해 친구처럼 찾아온다. 자비로운 망각의 도움을 받아 인생의 짐을 다시 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게 보인다면 내가 댁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여자는 자기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용서하지만 자기를 위해 희생한 사람은 용서하지 못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얼마나 존중해 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미치는 나의 힘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처럼 사랑의 자존심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원인이 결과를 피하지 못하듯, 그도 그녀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이다.”
타히티는 악의, 야심, 부러움, 속상한 일이 없는 그런 곳이다. 달은 상상의 세계, 광적인 열정, 영혼과 관능의 세계,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하고, 6펜스는 돈과 물질세계, 천박한 세속적 가치,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달과 6펜스>는 민음사에서 2015년 5월 1판 62쇄로 내놨고, 327쪽 분량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목록에는 이것저것 수상 실적과 이, 저 대학 추천 도서라는 덧말이 많이 붙어있다. <달과 6펜스>에 덧말은 없다.
P.S. 2015년 12월 20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