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흔 지음
지난해 10월 25에 도착한 책 중 하나다. 조선 후기 선비들의 독서하는 삶을 알 수 있을 거라 주문한 거다. 안대회가 지은 <문장의 품격>에서 척독이란 소품을 맛 본 것에 비해 한걸음 들어간 글이다. 저자 설흔은 조선후기 여러 글을 국역한 책들을 섭렵했다. 이를 토대로 작품을 1인칭 삼아 13편을 글을 지었다. 마치 카프카가 <변신>에서 바라본 관점과 같다. 2부는 11편의 글을 1부와 다른 관점에서 썼다. 쉽고 재미있게 쓴 글이다. 참고문헌에서 <근사록>, <궁핍한 날의 벗>, <임원경제지>, <양아록>, <내훈>을 골라 사봐야겠다.
1부 책을 읽은 사람의 내면 :
조광조와 <근사록>은 중종반정(연산군 폐위) 이후 시대를 앞서간 젊은 개혁가 조광조의 불행을 다룬다. 조광조는 자신의 기준으로 왕을 보았고, 가르치려 했다. 어느 선까지가 해도 되는 일인지를 판단하라는 가르침을 배운다. 주자학의 입문서라는 근사록을 모두 이해할 수 없겠으나 꼭 봐야 할 듯하다. 조광조가 열에 들떠 근사록에 대해 왕에게 설명하던 말 중 덧붙인 말 “ 학문은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이해를 해야지요.” - 이것이 조광조의 실수였다.
심노승과 <능엄경>에 유자가 불교를 얼마나 증오했는가를 보여준다. 와중에 정인지가 능엄경을 칭찬했고, 세조는 능엄경을 강론하라 요구하는 역설이 있다. 법구경과 능엄경을 읽어보게 한다.
남공철과 <열하일기>는 박지원의 문체인 연암체. 문체반정의 빌미가 된 고동서화. 지위, 명예보다 남는 것은 책이라는 이야기다. <열하일기>가 남았으니 바르게 보았다.
‘고동서화’는 골동품 및 글씨와 그림의 총칭이다. 이는 조선 후기 문인 지식층의 감상 대상이었다.
임윤지와 <윤지당유고>에서 임윤지가 여성 초유의 성리학자(1721~1793)였음을 안다.
한교와 <무예도보통지>를 읽으며 <1587 만력 15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에서 등장한 척계광을 언급한다. 한교는 척계광이 지은 <기효신서>를 바탕으로 <무예도보통지>의 기초를 삼았다.
초부와 <표해록>은 최부가 제주도에서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불순한 일기를 무시하고 배를 띄워 중국 연안, 북경, 요동, 한양에 이르는 과정을 적었다.
이점돌과 <추안급국안>은 갑신정변에서 김옥균의 수하였던 이점돌을 국문한 문초 기록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천하의 백성들을 모두 편안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면 성내는 법이 아니다.’
서유구와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는 53책 113권의 거질이다. ‘풍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비참과 곤궁이 재빨리 차지하고 앉았다.’ 서유구는 수십 년 동안 <임원경제지>를 편찬해 나갔으나 죽기 직전에 이르러 책을 완성했지만 간행하지 못했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경성제대와 보성전문학교에서 이 책을 필사하여 세상에 알린다. 생전에 간행하고 싶은 꿈을 접어야 했던 서유구의 심정.
2부 사람이 읽은 책의 내면:
이문건과 <양아록>은 조부가 손자 양육 과정 16년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조부의 속을 까맣게 태웠던 손자 숙길에 대한 역사 기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의병을 일으켜 상을 주려했으나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는 기록만 전한단다.
신류와 <북정일기>는 2차 청의 요구로 나선정벌에 나섰던 전말을 담은 기록이다. 전투는 하루였으나 청과의 심리적 싸움은 141일 내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곤차로프와 <두시언해>는 러시아 함대가 거문도에 정박하고 조선인과 접촉한 상황을 담은 러시아 측 기록이다. 조선인이 두시언해를 곤차로프에게 건넨 이유는 不知(알 수 없다) 두보는 조선인이 유독 편애한 시인이다. 서가에 꽂아 두었으나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다.
소혜황후 한씨와 <내훈>에서 한씨는 인수대비다. 내훈은 별생각 없이 적은 글이 아니다. 소학, 열녀전, 여교(女敎), 명감(明鑑)과 같은 책을 토대로 좋은 경구를 추려 엮은 거다.
현달(입신출세), 잠(箴 훈계하는 뜻을 적은 글), 奉祀孫(조상의 제사를 맡아 받드는 자손)을 배운다. 소식(蘇軾)은 “모든 사물의 이루어짐과 무너짐은 서로의 인과를 좇아서 끝없이 계속된다.”고 하였다.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는 2016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초판을 내놓았다. 분량은 237쪽이다. 표지가 껄끄럽고 지질이 두꺼워 책장 넘기기가 매끄럽지 않다.
p.s. 2018.02.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