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쉽게, 일찍 만나고 알게 되었으나 늦게 이제서야 만난 이가 지브란 칼릴 지브란이다. 하이쿠 정도가 아니면 詩의 전문을 외우던 때가 오래전의 일이며, 마음에 닿은 시의 일부분을 기억하는 게 보통이다. 그의 ’사랑에 대하여‘ 중 일부를 기억하고 있어 산문시 「예언자」를 읽고 생각한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안거든 그를 따르라. 그에게 온몸을 내맡기라. 비록 날개 속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면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그 음성이 그대의 꿈을 뒤흔들지라도.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관을 씌워 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그대를 성장하게 하지만, 또한 그대를 꺾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첫 산문시 ‘배가 오다’를 여러 번 읽었다. 배가 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배를 타려는 그는 누구인가, 어떤 상황인가를 알려는 시도였다. 수능 시험처럼 답이 있지 않은지라 여러 가지로 생각한다. 작별, 이별, 자발적 고립, 유폐, 징벌 등이 떠오른다. 화자가 선지자임을 알게 되니 감상이 쉬워진다. 30여 편의 산문시 중에 사랑에 대하여 만큼 기억하고 싶은 것은 ‘결혼에 대하여’이다.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도 그대를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어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리지만 줄은 서로 따로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를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