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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y 30. 2024

이름으로 구분되는 세대

 유명 작가의 강연을 교내에서 진행하게 되어 행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던 날이었다. 해당 행사는 시() 내에 있는 학교들 중 세 개의 학교만 신청이 가능해서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 학교가 운 좋게 신청이 된 것을 알고 옆 학교에서도 함께 참여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이에 나는 행사 담당자분과 통화를 했고, 다른 학교와 함께 들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해당 학교에 이 사실을 통보를 했다. 그리고 정확한 참여인원을 확인하기 위해 공문으로 참여 인원의 명단을 받았는데 순간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참여를 하는 학생들의 이름과 우리 학교에 있는 학생들의 이름이 사뭇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함께 강의를 듣고자 하는 학교는 여자 중학교. 우리 학교는 남자 중학교였기에 성별에 따라 당연히 이름도 사뭇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청소년기를 맞이한 학생들은 남녀구분 없이 부모님들이 둥글둥글하고 예쁜 이름들을 선호한 탓인지 이름에 쓰이는 글자들이 비슷했다. 무언가 자주 보이는 이름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쓰이는 몇 개의 글자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았다.


준 빈 예 시 우

유 윤 현 원 연

서 세 은 나 영


 대개 받침이 없거나 'ㄴ'을 받침으로 쓰는 글자들. 해당 글자로 명렬을 검색해 보면 적게는 7명 중 1명. 많게는 4명 중 1명에게서 이 글자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나의 세대와는 사뭇 다른 운율의 이름이라서 생소하고 재미난 느낌이었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순우리말 이름을 쓰거나 자유로운 이름을 쓰는 학생은 잘 찾아볼 수 없었다. 보통은 항렬표를 따라 돌림자를 쓴다거나 강, 철, 승, 태, 한, 권, 호, 광 등 무언가 독특하고 어감이 센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의 주관이지만 내가 속한 세대는 이름을 들으면 딱 구세대와 신세대의 변화가 일어나는 중간지점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현재 중년이나 노년기에 접한 사람들은 지금 시대에는 생소하다 느껴지는 특별한 예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성씨와 가문에 대한 중요성을 배워온 세대답게 돌림자가 잘 지켜지고, 이름에 쓰이는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중요시하여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이런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순, 막, 자, 례, 점

학, 영, 수, 덕, 벽

길, 호, 봉, 복, 돈


 장년층의 사람들이 태어나던 시기에는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 혹은 살아가면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부모님께서 이름을 짓는데, 이런 이름들의 한자 뜻을 풀이해 보면 어른들의 지혜에서 나온, 정말 오묘하고 선한 뜻이 아로이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그저 단순히 서로의 존재를 구분 짓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름. 그러나 요즘은 이 이름들이 모여 하나의 세대가 되고, 그 세대는 또 다른 특별함을 창조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 자체에서 주는 어감이 그 세대를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현재 성인이 세대에게서는 이름에 걸맞게 무언가 현명하고 단단한 느낌이. 또 어린 세대는 저마다 자율적이고 부드러운 성향이 많이 느껴지는 듯하다.


 후에는 어떤 이름과 글자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될까. 또 그 이름을 물려받을 세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이 사회를 물들이게 될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지금의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지금의 나와 같이 이름에 대해서 신기해하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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