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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n 04. 2024

교내 모의전에서 패배를 경험하다

티볼부 감독이 되다. (2)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된 티볼부는 아주 조금씩 단합을 해갔다. 함께 연습을 한 지 둘 째 주가 된 아이들은 서로의 포지션이나 장점들을 이야기하면서 발전을 하고 있었다. 또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주말에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방과 후에 시간에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서로 모여 저녁 7시가 넘도록 티볼 연습을 했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과 높은 참여도를 보이는 아이들 덕분에 나는 무언가 도서관 사서로서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가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이나 마실 것들을 사주곤 했는데, 아이들은 무척 고마워했지만 나는 반대로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그들 덕분에 어린 시절 꾀죄죄한 모습으로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그 기억들이 '나도 참 잘 자라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월 말에 있는 대회를 축구부와 농구부가 함께 준비하고 있던 어느 날, 훈련을 마친 축구부 아이들이 자신들도 티볼을 해봐도 되는지를 물었다. 나는 좋은 연습상대가 되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알겠다고 하고는, 티볼부에서 잘하는 학생들을 추려 바로 친선전에 돌입했다.


 야구와 유사하지만 티볼 경기의 수비방법을 몰랐던 축구부 아이들에게는 공격만을 시켰고, 티볼부 아이들은 3이닝 동안 수비만을 시켰다. 당연한 것이지만 티볼부는 공격을 하지 않기에 축구부가 이기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경기였지만 나는 모른 체하고 그냥 경기를 진행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하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축구부였기에 배트를 맞은 공들은 운동장 여기저기로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갔다. 땅볼이 되어도 달리기가 빨라서 아웃을 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 한 점, 두 점 실점이 쌓이자 티볼부 아이들에게서는 간간히 실책이 나왔다. 그리고 약간 언성이 높아지거나 수비에서 실수를 한 친구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결과는 5대 0, 축구부의 승리. 승부욕이 강한 중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축구부는 무척 기뻐했고, 티볼부는 굉장히 아쉬워했다. 물론 "우리는 왜 공격 안 해요?"라면서 살짝 눈치를 주는 친구가 있었으나, 나는 허허 웃으며 강평을 시작했다.


 대회를 나가게 되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실책을 할 것이고, 지금 실력의 반도 안 나올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똑같은 실책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많이 이야기하고 소리쳐야 한다고 얘기했다. 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표정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이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고 발전해야겠다는 믿음이 있어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처럼 다부져졌다. 사실 10점 이상의 점수가 빈번히 나오는 티볼이었기에, 지금 한 경기동안 5 실점을 한 것은 매우 수비를 잘한 것인데, 나는 이 칭찬을 대회 때까지 조금 아껴두기로 했다. 


 이후 티볼부와 내가 한 것은 수비 훈련. 각자에게 가는 공을 정확히 잡아서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연습했고, 주자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던져야 하는 것을 습관화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제대로 맞춰서 해보는 펑고 연습이었을 텐데, 아이들은 또 곧잘 자세를 가다듬고 수비 연습에 돌입했다.

 

 지금 부족한 것을 새로 익히게끔 하는 것보다, 현재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게끔 갈고닦아 주는 것.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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