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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n 10. 2024

출전 준비

티볼부 감독이 되다 (3)

 티볼 연습이 3주 차에 가까워질 무렵 교육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티볼 대회와 관련한 대진표를 오후 중에 추첨하며, 이를 온라인으로 중계할 테니 확인하라는 것.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우리 학교가 속한 지역에서는 총 5개의 학교가 티볼 대회에 출전 신청을 하고 있었다. 다들 실력으로 이름이 높거나 한 번씩은 시 대회에 출전을 해본 학교들. 나는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나온 대진표. (*토너먼트: 계속 이기는 경우 결승까지 진출하지만, 한 번 지면 바로 탈락인 경기 방식) 조는 2개로 나눠졌는데, 한 번만 이겨도 결승으로 가는 조와 두 번을 이겨야지만 결승으로 가는 조로 나뉘었다. 사실 어떤 것이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학교는 아직 연습량이 부족했기에, 한 번만 져도 탈락하는 이번 대회에서 단기전으로 빠르게 승부하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숨죽여 추첨 영상을 확인했다. 빈칸으로 이루어진 대진표. 그 각각의 자리에 우리 학교의 이름과 상대가 될 학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두 가지의 큰 운이 따랐다. 하나는 우리 학교가 한 번만 이겨도 결승으로 가는 팀으로 정해졌다는 것. 두 번째는 대회 기간 동안 홈(자기 학교) 구장을 쓰는 학교와 반대조에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대진표가 정식으로 공지가 되고, 나는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아이들은 단순하게 한 번만 이기면 결승에 진출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나도 그 간단한 목표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한 가지 걱정이 스쳤다. 그것은 우리와 붙는 상대 학교 역시나 똑같은 생각을 하고 필사적으로 이기려 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매년 주전이었던 학생들이 졸업하기에 상대 학교의 전력이나 준비여건 등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알았다고 한들 고작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것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나는 더욱더 집중하여 아이들과 연습하기로 했다. 

 

 출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체육 선생님의 도움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대회출전 신청서와 초과근무 관련된 내용들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상세하게 말씀해 주셨고, 나는 차근차근 공문을 작성해 갔다. 하지만 나는 체육과 관련된 업무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많이 뚝딱거렸다. 공문에 사용해야 하는 과제카드는 도서관운영과 관련된 것 밖에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를 해야 했고, 결재선은 어디까지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여쭈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스포츠부 감독. 그리고 내가 사서를 하고 있는 한 다시는 없을 유일한 스포츠 대회 인솔. 나는 열의에 찬 얼굴로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름의 출전 각오를 다졌다. 우연히 맞이하게 된 소중한 기회와 인연을 그저 아무렇게나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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