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상에 의해 지친 사람들은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어떤 사람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러 가거나 인파가 많은 시끌벅적한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산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 또한 이런 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동으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한 가지 특징이라고 한다면 휴식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대한 적게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다.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라면 아마 나의 말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향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은 바로 '이부자리에서 3미터 이상 움직이지 않는 일상'이라는 것을.
사실 이런 휴식 패턴을 선호하는 것은 종종 주변 지인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집 안은 사방이 벽이라 답답하기도 할 테고 비교적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몸이 더 찌뿌둥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앞서 적은 글들에서 밝혔듯, 내향인들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보다 내면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에 더 능숙하다. 그래서 마치 숲 속의 나무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정적인 활동을 통해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휴식의 기회가 주어질 때 보통 무엇을 할까?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 대개 독서나 음악 감상, 글쓰기 등을 하기도 하고 이외에도 TV나 핸드폰을 가지고 다양한 영상들을 챙겨볼 때가 많다. 그중 나는 TV를 볼 때면 자연, 동물, 우주, 수학, 과학, 역사, 다큐멘터리 등과 같은 주제의 영상들을 즐겨 보는데, 그 이유는 다른 영상들보다 생각을 적게 할 수 있어서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들을 빠르게 비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이런 닫힌 휴식이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행동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이런 활동은 인간관계에 어느 정도 이점을 주기도 한다. 그 근거를 몇 가지 이야기해 보자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현재의 이슈나 상식 등을 빠르게 습득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정보활동에 의해 점차 얇고 넓은 지식층이 형성된다는 점. 나아가 이런 지식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친숙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쉬는 날이라고 해서 매번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의 부름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서기도 하고, 봄날에 핀 민들레가 홀씨를 날려 보내듯, 에너지가 충분히 쌓이는 때가 오면 가끔씩 큰 도약을 시전 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살던 도시를 떠나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본다던가 버킷리스트에 적어두었던 활동들을 조심스럽게 실현하곤 하는데, 이때 인파가 많은 곳을 들리거나 부족했던 외부 활동을 가볍게 즐기기도 한다. (간혹 외부 활동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마주쳤다는 느낌이 들면 과음 후에 하는 후회처럼 한동안은 바깥 활동을 자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내향인 개개인마다 다양하고 소소한 휴식 패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요약하자면 내향인들의 휴식은 외향인들의 휴식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보면 모두가 깨닫게 되듯, 그 어떤 사람도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는 없음을 내향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녹아들기 위해서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조용히 에너지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라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