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버스 창가에 기대어 숲처럼 빼곡한 아파트들을 볼 때면, 저렇게 공간이 많음에도 내가 누울 공간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가슴에 내려앉곤 한다.
또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어차피 지금 내 삶도, 누리는 시간도 모두 빌려온 것이라 생각하면 딱히 저것이 내 것일 필요는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먼 길을 가려면 배낭을 가볍게 매야 하듯이 이 삶도 점점 버리면서 가벼워져야 하는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흐르는 달처럼 매번 달라져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