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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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입영 훈련 기간 때에는 개인 활동도 그러하지만 먹는 것 또한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밖에 있을 때 누렸던 자유와 흔히 먹을 수 있던 군것질거리 등이 그리워지곤 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단맛이 가장 그리웠다.


보통 군대에서 나오는 식사들은 대체로 간이 세다. 그 이유는 고된 일과를 보내다 보면 땀을 많이 흘리기에 염분을 보충한다는 의미도 있고,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의 취향을 모두 맞출 수는 없었기에 싱겁게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간을 세게 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다. (음식이 짜면 밥과 함께 얼추 먹긴 하지만, 싱거우면 맛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미각의 대부분을 짠맛으로만 덧칠하던 어느 날. 야외 훈련을 끝내고 점심식사를 위해 뙤약볕 아래에서 밥을 받고 있는데 부식으로 나온 초코바 하나가 내 손에 쥐어졌다. 무언가 처음 불을 마주한 원시인이 된 듯 멍한 느낌. 분명 예전에 먹어본 기억이 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는 이 초코바의 단맛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빠르게 해치우고 드디어 한 뼘 남짓의 초코바와 대면을 하는 순간. 나는 오랜만에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희열에 손이 떨렸다. 그리곤 초코바의 껍질을 한 땀 한 땀 조심스럽게 벗겨나갔다. 이윽고 흑갈색의 반들반들한 초콜릿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번뇌를 제쳐둔 채 과감하게 한입을 베어 물었다.




와... 씨... 미쳤다 진짜.



혀 위를 가득 덮는 단맛의 정점. 그리고 이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목구멍으로 사라지는 아련한 형체.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그저 작은 초콜릿 덩어리에 불과하겠지만, 나에게는 잠시동안 천국을 체험하게 해주는 달콤한 티켓과도 같았다.


귀하디 귀한 단맛을 입안에 남기고 싶어서 계속 오물거리다 보니 순식간에 사라진 초코바. 나는 덩그러니 남은 빈껍질을 보며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스쳐 지나간 달콤함이 힘이 되어준 것인지, 훈련 의지는 더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반드시 건강하게 이곳을 나가서 원 없이 초코바를 먹어버리겠다고.


물론, 이 소박한 버킷리스트는 훈련 수료 후 바로 이루기는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나는 곧장 편의점으로 달려갔고,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는 상관없이 초코바 한 박스를 부리나케 구매했다. 하지만 크기와 브랜드가 똑같은 초코바를 사서 먹었음에도 그때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두 개 정도를 먹자 단맛이 물린다는 생각이 들어 나머지 초코바들을 모두 동기들에게 나눠주었다.


신기루처럼 이제는 다시 느낄 수 없게 된 감정에 미련이 남긴 했지만, 이때 나는 오늘날까지도 새기고 있는 인생에서의 큰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되었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그저 배고픔에 대한 간절함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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