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딱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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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학군교 옆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적당한 높이의 능선이 하나 있었다. 해당 능선은 단독군장(전투를 위해서 총을 비롯한 탄약, 수통, 방독면 등을 챙겨서 나가는 비교적 가벼운 무장)으로 올랐을 때 숨이 헐떡일 정도의 거리와 높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나와 동기들은 이곳을 '깔딱 고개'라고 불렀다.


훈련 수행하기 위해서 하루에 무조건 두 번. 많을 때는 족히 여섯 번이나 넘어야 했던 고개. 특별한 조형물도 없이 그저 회백색의 도로만이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단출했던 그곳은 나에게 있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말해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있을까?



훈련을 시작하는 아침에는 거친 숨과 함께 걱정이 차올랐었고, 무사히 일과가 끝나면 능선을 비스듬히 비추는 노을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렇게 끝이 났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때때로 힘든 훈련을 겪어야 했던 날이면 돌아오는 길에 살짝 보이는 여섯 동의 학군교 병영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는데, 그 딱딱하고 묘한 풍경이 고향을 떠나 생긴 외로움과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이 깔딱 고개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내 인생에도 이런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묵묵한 공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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