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행복

by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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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뜨면 또 하루가 지나가버리는 하루가 여러 날이 되었다.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오늘도 한 모금의 커피를 억지로 목구멍으로 쓸어 넘겼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다시금 새어드는 햇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고민을 할 시간이 있다는 것도, 힘듦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행복이지 않을까를.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렴풋이 깨닫는다. 정말 힘이 들면 고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찰나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 아프면 힘듦을 말할 여유도 없이 그냥 쓰러지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 투정은 호흡을 고르기 전에 찾아오는 소소한 행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쓰디쓴 커피가 상념에 빠진 나를 다시금 현실로 데려온다. 나는 흰색의 잔 안에서 물결치는 검은 액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본다.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고 떨어지는 커피는 그만큼 짙은 향을 내듯이, 내 삶도 그러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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