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17년의 여름. 나는 내 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달 살기라는 여행을 계획했다. 당시에는 '한 달 살기'나 '보름 살기' 등의 여행이 인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있던 직장(군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전역 이후의 삶을 계획해 보자는 생각에 곧장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 섬은 나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분명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하늘이 어두웠는데, 공항 게이트를 나오자 푸른 하늘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자세히 몰랐지만 제주도는 동서남북 모든 지역의 날씨가 각기 달랐기에 이런 점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숙소는 공항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신축 빌라로 잡았다. 숙소는 한 달 사용 가격이 200만 원(관리비 미포함)으로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곳이었는데, 사실 혼자 살기에는 무척이나 큰 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한 평 남짓의 좁은 군 간부숙소에서 지내던 싫증이 극에 달해 있었고,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친구들도 초대할 계획이 있었기에 일부러 큰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난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공항 인근 지역답게 식료품을 구할 수 있는 대형마트가 인근에 있었는데, 산책 겸 걸었던 길은 첫날이라 그런지 매우 산뜻했다.
마트를 다녀온 뒤 주변 지형을 익히고, 숙소를 점검하다 보니 하릴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그나마 도보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명소인 용두암으로 갔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뚜벅뚜벅 길을 걸어가니 용두암으로 가는 길은 인파가 적어 한적했고, 그 덕분에 해안으로 부딪히는 파도의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둘째 날은 제주도에서 최대 규모의 해바라기 농장으로 알려진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으로 갔다. 드넓은 평지에 피어있는 해바라기들은 여름의 햇살을 가득 머금어 샛노랗게 빛나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장관이었다. 또한 농장 내부에는 휴게 시설이 있어서 휴식을 하며 사진 찍기에 좋았다.
다음으로는 곧장 제주 오설록으로 향했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해바라기 농장을 기준으로 오설록까지는 고작 50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곳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주도 동쪽에서 한라산을 끼고 서쪽으로 이동했을 뿐인데도 이렇게나 날씨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나는 앞으로의 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두세 번 더 오게 된다. 따라서 오설록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이후 기록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