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에서의 5일 차(7일). 나는 제주도의 동북쪽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숙소에서 제주 터미널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가 걸렸는데,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김녕해수욕장 인근으로 향했다.
일부러 만장굴 정류장에서 내린 후에 바닷가를 향해 걸어본 길. 도심 지역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제주도의 푸르름이 가득했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바다냄새가 인상 깊었고, 그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풀잎의 움직임은 나에게 힐링을 선사해 주었다.
걷다 보니 제주도 방언으로 된 신기한 정류장(지경곰)을 볼 수 있었는데, 왜 이런 이름이 지어졌나 추측을 해보니, 일정한 테두리의 땅을 뜻하는 '지경'과 지역의 경계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 '곰'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지경곰'이라는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김녕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제주 도민과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구좌체육관'을 볼 수 있었다. 구좌 체육관은 구좌 체육공원 부지 안에 건설되어 있는데, 부지 자체가 넓어 많은 인원이 체육행사를 하기에 용이해 보였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좋았던 것은 주차장이 넓다는 것과 바로 옆이 해수욕장이라는 점이었는데, 해수욕장의 주차장이 꽉 차는 경우 이곳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곧장 김녕 해수욕장으로 갔다. 날씨도 그럭저럭 좋은 편이었고 바다를 즐기러 온 인파 또한 붐벼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당시에 습도가 높았는데, 그 때문에 사진 전체가 흐리게 나와서 제대로 풍경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날 아침(8일). 나는 나름의 로망이었던 스쿠터를 빌려 어제 방문했던 동쪽을 향해서 쉼 없이 달려갔다. 만장굴은 큰길에서 꽤나 들어간 곳에 있었는데, 갈래길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입구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만장굴은 그 이름답게 내부가 무척이나 길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난간이나 조명이 잘 설치되어 있었고, 각각의 용암지형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붙어있었는데,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했던 것은 만장굴 내부에 마치 사람이 만든 것 같은 평평하고 넓은 지형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곳을 걷는 내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성인 기준 입장료는 4,000원으로 현재 만장굴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 중이라고 한다.
만장굴을 나와서 나는 바닷길을 달리기로 했다. 월정리 해수욕장을 지나 바다를 끼고 달렸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래서 나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오저여'라는 곳에 다다랐는데, 이곳에 마련된 조형물들과 바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오저여라는 지명의 뜻은 제주도 말로 '물새가 새끼를 낳는 바위'라는 뜻으로, 실제로 주변에는 물새들이 무척이나 많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오저여에서는 운이 좋으면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세찬 파도만이 나에게 인사할 뿐이었다.
비가 조금 그치자 나는 다시 한번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을 했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서 30분 정도를 달려가니 어디선가 축제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장 방향을 틀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함덕 해수욕장이 있었다.
당시 해수욕장에는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는데,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와 축제를 즐기는 인파들이 몰려 무척이나 북적거렸다.
나는 이곳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하늘을 보니 다시 비가 내릴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귀가를 하고 난 이후, 다음날(9일)까지 나는 휴식을 취했다. 조금 더 제주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내가 제주도에 온 이유를 생각하면서 '서두름' 보다는 '여유'를 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