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주 차가 시작된 10일 아침. 분명 숙소 창문을 열어 확인한 하늘은 눈부셨는데, 제주도의 동쪽으로 이동하자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흐린 날은 실외 관광명소들의 인기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우도를 향하는 배에 오르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마치 커다란 배 하나를 대여한 사람처럼 혼자 배를 타고 갔는데, 무언가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바닷소리만이 무성했다.
※ 성산포항 - 우도 (왕복) 티켓 가격: 성인 기준 10,500원. 상시 운행.
우도에 도착하니 휑한 느낌이 있었지만 다행히 순환버스가 운행되고 있어서 나는 그것을 이용했다. 그리곤 곧장 항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우도 봉수대 정류장에서 내려 첫 우도 산책을 시작했다.
정류장 주변에는 내가 일찍 와서 그런지 이제 막 가게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도의 해안풍경은 제주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있었다. 그리고 시골에 온 듯한 고즈넉함도 가득 내려앉아 있어서 걷는 내내 감정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도보로 우도를 횡단하고자 했는데,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나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버스에서 내린 이후 우도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듯이 10분간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5분간 그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올 때는 근처에 있는 정자로 가서 비를 피했고, 비가 그치면 다시 산책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날씨가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덕분에 지금도 그때의 빗소리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이만큼 좋은 날씨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해안을 걷다 보니 먼발치에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보였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크기는 크지 않지만 탁 트인 바다와 주변 카페들이 인상 깊었고, 제주도의 해녀를 모티브로 한 해녀상이 해수욕장의 중간에 설치되어 있어서 제주만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15분 간 더 걸어가니 우도 옆의 작은 섬 비양도가 나왔다. 비양도는 우도와 작은 길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제주도라는 섬에서 시작해서 우도를 거쳐 비양도라는 작은 섬까지, 섬-섬-섬으로 이어지는 길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우도를 조금 더 즐기고 싶었지만 비양도를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이번에도 곧 그칠 비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나는 비양도 앞 정자에서 머물다가 결국 순환버스를 타고 항구로 향했다.
이후 비도 내리고, 내린 비에 몸이 으슬으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곧장 성산포항에서 숙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