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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Dec 29. 2020

취미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세이]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쓰는 일과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글과 여행이 즐거운 이유를 꼽으라면 참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것들이 특별하기보다는 내 인생의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는 매우 작은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적 방학숙제로 써야만 했던 일기는 왠지 모르게 쓰기가 싫고 귀찮은 일로 여겨졌다면 나이가 들어서 한 번쯤 내 하루를 정리하고 싶어서 쓰게 되는 일기는 뿌듯함과 즐거움을 선사해 주면서 종종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똑같이 내 하루를 정리하는 목적을 가진 일기지만 어릴 시절의 일기와 나이가 들어서 쓰는 일기가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은 아마도 그것을 과제나 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아무리 좋아하는 행위라도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과업'이 되어버리면 금세 싫증이 나고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일과 적절한 거리를 두며 지내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 '좋아하면 당연히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되고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당연한 생각과 절차에서 벗어나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로 취미가 일이 되고 모든 시간들에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낮다. 그 때문에 나는 취미가 점점 일이 되는 과정을 경계하면서, 취미라는 단어가 곧 즐거움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남을 수 있도록 항상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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