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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an 18. 2021

사랑에는 '적절한 기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세이]


 '짧게 만나면 깊어질 수 없다'라는 말, '오래 만나면 헤어지기 어렵다'라는 말, 그리고 흔히 말하는 '썸'과 같은 설렘이 오래 지속되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말들처럼 사랑을 하는 것에 적절한 기간을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사랑이 가진 본질은 변하지 않기 마련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대로 사랑한다는 마음에 적절한 시기와 기간을 두려고 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어쩌면 이런 기준들은 자기가 원하는 기대와 바람이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한 일종의 푸념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이나 프러포즈 같은 상대방의 적극적인 행동을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상대방에게 뚜렷한 변화가 없으면 마음은 갈수록 초조해지고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커지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가 행동을 하려고는 하지 않다 보니, 그저 혼자서 특정한 기간을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그 기간이 지나면 '오래되니 지친다'라던가 '싫증 난다'라는 등의 말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했던 용기와 행동력을 합리화하고 얼버무리려 하는 행위인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특정한 사람만 고백을 하고 또 누군가는 기다리기만 하는 등의 전통적인 연애 방식이 사라진 지금, 얼마의 기간을 정해놓고 상대방이 먼저 행동해주길 바라며 기다리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를 떠올려본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작동하는지를 알려면 먼저 달리는 능력이 있어야 하듯, 올바른 기다림을 위해서는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다가가는 능력부터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생각해보면 다가간다는 것만큼 또 쉬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란 서로를 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 중력에 자신을 살짝 떠밀기만 하면 행동은 물밀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 말이다.


 자신의 부족을 감추기 위해 사랑한다는 마음에 '기간'이라는 선을 긋지 말자. 자신이 행동하지 못해서 생겨난 결과들을 모두 상대방의 탓으로 떠넘기지 말자. 사랑에는 빠르다는 것도, 느리다는 것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자신이 가진 속도와 방향을 믿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행동하자. 사랑에는 적절한 기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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