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다 Jan 27. 2021

나는 밋밋한 빵이 좋다.

[에세이]


 부드럽고 촉촉한 빵부터, 달콤하고 바삭한 빵까지, 이 '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만큼 빵은 디저트부터 식사까지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달콤한 케이크류의 빵부터, 짭조름한 소시지빵 까지,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맛이라는 것을 규정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짠맛이나 단맛, 혹은 독특 향 향이 있는 매력적인 빵들을 좋아하는데 나는 짠맛이나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식빵이나 호밀빵 같은 밋밋한 빵을 참 좋아한다.


 왜 이런 특징도 별로 없는 밋밋한 빵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나열해본다면 첫 번째로는 먹어도 잘 물리지 않는다는 않는다는 점과 정량 것 먹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달거나 짠맛의 빵들은 먹다 보면 빨리 물리게 되거나 반대로 너무 맛있는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될 때가 있는데, 식빵 같은 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오물거리다 보면 금방 포만감이 생겨 미련 없이 빵 봉지를 내려놓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다른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밋밋함이 장점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바로 이런 조화로움을 그중 하나로 뽑고 싶은데, 요즘은 '단짠단짠'이라 하며 다양한 맛의 조화를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맛이 너무 드러나거나 개성이 강하면 사실 두 가지 음식을 한 테이블에 올리기가 조금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나는 밋밋한 빵이 많은 종류의 음료나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과 자신과 함께 놓이는 요리와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내준다는 점이 참 좋다.


 세 번째로는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포인트인 '맛'일 것 같은데 나는 식빵 같은 것을 오래 씹었을 때 느껴지는 은은한 향과 단맛을 좋아한다. 사실 밋밋한 빵을 먹다 보면 개성 넘치는 짜고 단 빵들이 왜 맛있다고 불리는지 깨닫게 되긴 하지만 아무 맛도 안 날 것 같았던 밋밋한 빵에서  무언가 색다른 단맛이나 향을 느끼다 보면 그 오묘한 매력에 빠져 밋밋함이란 마법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게 된다.


 어제 샀던 밋밋한 빵을 다시 한 움큼 뜯어내어 오물거리고 있는 지금, 나는 이 빵이 가진 밋밋함과 평범함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평범함이라는 특성은 어찌 보면 참 쉽고 하찮아 보이지만 이것은 인위적인 것을 더하거나 빼려 하지 않는, 이를테면 변화에 대한 욕심이 적은 상태여야지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즘처럼 짜고 달달한 빵을 입에 넣듯,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에게서 빠르게 매력을 뽑아내려 하고, 그런 매력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질린다고 생각되면 쉽게 헤어지는 것이 일상인 사회에서 나는 밋밋한 빵과 같이 재미는 좀 떨어져도 오래 볼수록 은은한 단맛을 드러내는 특별한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의 특징과 매력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들과 닮은 이 밋밋한 빵을 웃으며 다시 한번 입속에 넣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도 그렇게 안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