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도 한 달 살기 2주 차인 13일에는 동기들을 보내고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다. 무언가 먼 타지에서 지인이 왔다가 가니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슬픔은 아니지만 외로움에 가깝다고 해야 하는 감정. 나는 원래 혼자 있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이런 마음이 솟구친다는 것이 퍽 신기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가족이 제주도로 왔다. 그리고 함께 비자림을 방문했다.
비자림은 흩날릴 정도의 비가 부슬부슬 내려 은은한 분위기가 가득 퍼졌다. 비자림은 500년 이상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숲으로, 느긋하게 산책을 하거나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명소였다.
비자림은 빼곡히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그런지, 지팡이를 들고, 길게 난 수염을 쓰다듬는 마법사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자림 내부로 들어서자 잘 조성된 산책길이 나를 반겼다. 비자림 곳곳에서는 목재 다리와 난간 등, 안전 구조물들이 더러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구조물들이 숲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이 모두가 마치 숲의 일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자림의 깊은 곳에는 숲의 터줏대감이라는 느낌을 주는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고고한 자태를 보고 있으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듯한 착각이 들었는데, 비자림을 모두 보고 나가는 순간까지 느꼈던 그 오묘함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곤 한다.
※비자림 입장료 : 3,000원 (성인기준)
하루가 지난 15일에는 이호테우 해변으로 갔다. '이호테우'라는 지명은 이곳이 속한 마을의 이름인 '이호'동과 옛날 제주에서 쓰던 뗏목배인 '테우'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명칭으로 뜻을 풀이하자면 '이호동의 뗏목배' 혹은 '테우가 드나들던 장소'라는 의미로 추측이 된다.
이호테우 해변의 트레이드마크는 말 형태를 한 두 개의 등대인데, 등대가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한 모습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선사한다.
당시에는 여름이라 해변가에 파라솔이 설치된 것과 별도로 해변 한편에 해수풀장이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가끔씩 착륙을 하기 위해 낮게 비행하는 비행기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이호테우 해변을 보고 난 이후에는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애월읍으로 갔다. 잠시 멈춰 선 휴게 장소에서는 애월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고, 주변에는 전망이 좋은 카페들도 더러 있어서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음 날에는 제주에서 아름다운 학교로 손꼽히는 더럭 초등학교로 갔다. 이곳은 내가 여행을 갈 때까지만 해도 '더럭 분교'라는 이름이었으나 바로 다음 해인 2018년에 본교로 승격되어 현재까지 '더럭 초등학교'로 불리고 있다.
더럭 초등학교의 벽면은 형형색색으로 칠해져, 어떤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도 예쁜 작품이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동심이 가득 느껴지는 초등학교 내부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데, 아이들이 뛰어노는 평범한 학교 건물이 이토록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이 참 특별하다 느껴졌다.
※교육활동 시간(07:30 ~ 16:30)에는 교내 출입이 불가. 주말에는 자유롭게 출입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