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권
영월 여행은 제천역에서부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영월까지 가는 버스 편이 있기는 했지만 이동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고, 도착하는 터미널의 위치마저 내가 가고자 하는 관광지(한반도 지형)와도 조금 멀었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루트를 구상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천에서 영월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과 이동 소요도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겨울을 맞이한 제천의 날씨는 너무나도 추웠다. 그래도 나름 좋았던 것은 도착할 당시 빛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는 점인데, 거리를 색색깔의 조형물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마를 걷자, 외형이 나무로 이루어진 신기한 형태의 터미널이 나타났다. 이른 시간이었던 탓에 터미널은 아직 불이 제대로 켜있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조금 있다가 들어가야지.' 하며 문 밖에서 손을 비비며 서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던 직원분이 난로를 틀어주시며 안에서 기다리라고 안내를 해주셨다.
베풀어주신 다정한 온기 덕분에 몸을 녹일 수 있었던 나는, 잠시 뒤 영월로 가는 첫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선암마을 근처에서 정차를 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린 뒤 10여분을 걸어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관광지 입구에 도착했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는 따로 입장료가 없었다.)
태극기 문양의 바람개비가 반기는 길을 10여분 정도 올라가자 탁 트인 전경 너머로 한반도 모양의 지형이 펼쳐졌다.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 데크에는 이 지형이 하천의 침식과 퇴적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는데, 그 모양이 정말 특별해서 그런지 우리나라 안에 또 다른 우리나라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30분 정도의 관람이 끝난 후에는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금 입구 쪽으로 걸어 나왔다. 다만 길가에는 별도의 정류장 표시가 없어서 어떻게 버스를 타야 하는지 난감했는데, 안내소 직원 분들이 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셔서 수월하게 영월군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영월에 있는 장릉이었다.
장릉은 문종의 아들이자 세종대왕의 손자인 단종이 잠들어 있는 묘소로, 그의 기구하고 짧았던 생애를 이해할 수 있게끔, 입구에는 단종 역사관이 별도로 지어져 있었다.
장릉 안에는 제사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모아놓은 건물과 비각, 그리고 '영천(靈泉)'이라고 적힌 제사용 우물이 만들어져 있었다.
역사관에서 단종의 이야기를 쭉 읽고 난 후여서 그런지 장릉의 모습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조선 왕들의 묘소들 중, 수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장릉에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그의 생애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이곳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입장료: 2,000원 (성인 기준)
장릉에는 제사와 관련된 건물들 외에도 산책할 수 있는 넓은 부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곳을 걸으며 영월의 정취도 느끼고 여유도 가볍게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월 여행의 끝은 맛있는 식사로 마무리했다.
서부시장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는데, 나는 영월의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올챙이국수와 메밀 전병, 메밀 전을 각각 시켜서 먹었다.
올챙이국수는 말린 옥수수로 만드는 국수로 그 모양 때문에 올챙이국수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만드는 방법을 보면 국수보다는 묵에 가깝게 만들어지는데, 그 때문인지 국수의 식감은 묵처럼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국수의 맛은 소박하고 심심했는데, 사실 맛보다는 영월의 시간을 느낀다는 마음으로 먹었던 것 같다.
함께 먹었던 메밀 전병과 메밀 전 또한 고소하고 담백해서, 여행 뒤에 찾아오는 출출함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