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일째. 나는 도서관에서 나와 학교 주변을 떠돌고 있다. 사실 내가 일을 하고 있는 도서관은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내가 이곳을 벗어나 식객처럼 겉도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서관이 '홀로' 너무 멀쩡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방학을 맞이해서 학교 내부에는 큰 공사를 하고 있는데, 학교 벽 전체를 뜯어내다 보니 모든 교실이 사용 불가능하게 되었다. 도서관은 다행히도 2년 전에 공사를 한 번 한터라 이번 공사 대상에서는 제외가 되었는데, 그 때문에 도서관은 학교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어떤 날은 학교의 각종 비품들과 교과서 박스들이 쏟아지듯 들어오는 창고로 쓰였고, 또 어떤 날은 교직원들의 식사를 하기 위한 식당으로 쓰이기도 했다. 또 며칠 후에는 신입 교사들을 맞이하는 면접장이 되었다가 하루가 지나니 선생님들이 회의를 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물론,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도서관은 학교 내부의 시설이기에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떠돌게 된 원인이자) 아쉽다고 여기는 것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내가 도서관에서 쫓겨나듯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학기 중에는 행사가 있어도 내가 도서관 안에 머무를 수 있었기에 딱히 업무를 하는데에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죄송하지만 사서 선생님께서 자리를 조금 비워주시면 좋겠네요."라며 나를 바깥으로 내보내려 하기에, 여러모로 업무에 집중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학교 내부에는 멀쩡한 교실이나 쉴만한 휴게실이 없다. 또한 운동장에도 공사 자재가 쌓여 있다 보니 그곳을 걷기도 퍽 이상하다. 그래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정말 하릴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점이 나를 회의감에 빠져들게 한다. (복도에도 공사 장비며 전기선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어서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학교의 공사는 다음 달까지 예정되어 있고, 이번 달에 있을 교내 행사들은 다시금 가득 들어차 있다. 다음 주에는 3일 동안 도서관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미리 말해주시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예정되어 있는 행사들을 고려하면 내가 며칠을 이렇게 더 떠돌아야 할지, 솔직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터덜터덜 걷기만 하는 내 모습이 무언가 아쉽고 뒷맛이 씁쓸하지만, 이 또한 지나고 나면 행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먼 훗날 나는 이때를 추억하면서 감상에 젖지 않을까? 사서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이 소소한 감정을 기록하고자 오늘 나는, 이렇게 비망록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