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감자를 참 좋아했다. 다음에 다른 글을 쓸 때 또 적긴 하겠지만 요리로서는 카레(Curry)를 가장 좋아하고 단일 재료로는 감자를 가장 좋아하는데, 고기보다도 감자를 더 사랑할 정도로 감자에 대한 나의 애정은 특별하다.
어릴 때는 혼자 한 솥 가득 감자를 삶아 먹다가 부모님께 제재를 받은 적이 있으며, 대학교 때는 감자를 좋아하는 친구를 섭외하여 둘이 함께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감자튀김만 4만 원 치를 시켜 먹은 적이 있고(이후 2주 동안은 감자를 찾지 않았다.) 이후로도 혼자서 대형 포X칩 두 박스를 사서 하루 종일 먹었다던가, 킬로그램 단위로 파는 커다란 노브랜드 감자칩 포대를 사서 먹어보는 등 감자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저것 엉뚱한 일을 많이 해본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그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나는 감자에 대해서도 '왜?'라는 질문을 가지며 이것저것 참 많은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그중 국내에서 키우고 있는 감자의 품종이 네댓 가지가 넘는다는 것과 어떻게 요리를 할 것인지에 따라 쓰이는 품종도 다르고 질감도 다르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웠던 것 같다.
또 감자가 왜 '감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는지를 찾아보았는데, 이전에 감자는 말에 다는 방울 같이 생겼다 해서 마령서(馬鈴薯)라 불리거나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에서 북감저(北甘藷)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아마도 '감저'라는 말에서 점점 변화되어 지금의 감자가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한국에는 1800년대에 들어서야 감자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으며, 외국에서는 울퉁불퉁한 감자의 생김새를 보고 악마의 음식이라고 생각하여 먹지 않다가 식량 기근을 해소하고자 왕과 고위층들의 꾀로 시민들이 감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점차 널리 보급되었다고들 하는데, 아마 내가 그 시대에 있었으면 남들이 먹지 않는 감자를 받아다가 하루 종일 감자를 배불리 먹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제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감자가 들어간 요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요즘은 감자를 요리할 때 가장 귀찮을 일이었던 껍질을 벗기는 것도 이제는 할 필요가 없이 손질돼서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쉽고 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법들이 개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어느 서늘한 오후에 장작불 위로 포일에 감싼 감자를 던져놓고는 적당히 익은 감자를 불쏘시개로 꺼내어 "아뜨뜨뜨"하면서 껍질을 조금씩 벗길 때의 그 설레는 느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포슬포슬한 감자를 한입 베어 물면 마치 미세한 날치알을 먹은 듯 조밀하고 촉촉한 입자들이 혓바닥과 입천장을 애무하고, 입안에 꽉 찬 뜨거운 김을 식히고자 하늘을 보며 '호~~'하고 한 번 숨을 뱉어낸 뒤 경건하게 다문 입으로 남은 감자들을 오물오물 씹어 넘길 때의 그 쾌감이란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아마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