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여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A 업무와 기타 업무들을 시작한다. 업무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기에 예정대로라면 수월하게 오늘 내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 일을 시작하려 할 때쯤, 팀장님께서 "이거 오늘 내로 끝내야 하는 중요한 건이니까 다른 거 말고 이거부터 마무리 해"라고 하시며 B 업무를 내게 주신다. A 업무가 눈에 밟히지만 팀장님께서 급한 업무라고 하셨으니 B 업무를 확인한다.
B 업무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떤 흐름대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파악이 완료되어 작업을 하던 중 옆 부서의 팀장님이 오셔서 "지금 많이 바쁘냐"라고 내게 물어본다. '많이'라는 강조의 단어를 중간에 넣은 것으로 보아 '너는 무조건 이 일을 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보인다. 차마 '지금은 좀 바쁘다.'는 말을 할 수는 없기에 "어떤 일로 그러십니까"라고 묻자 해당 팀장님께서는 "별 건 아니고..." 라며 C라는 업무를 내게 맡긴다.
업무가 늘어났지만 지금은 우리 팀장님께서 맡기신 B 업무가 더 중요해 보이니 B 업무를 마무리하고 C 업무를 빠르게 끝내보자며 다시 B 업무에 집중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대리님이 조용히 내 옆으로 오시더니 "과장님께서 지금 정리 작업을 하신다고 바쁘신데 괜찮으면 00 씨가 지금 가서 일 좀 도와드려요"라고 귀띔을 해준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좀 바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연히 그럴 수 없으니 "네! 지금 바로 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하고 과장님이 계신 곳으로 간다.
분주하게 서류를 정리하고 계신 과장님의 모습을 보며 서둘러 일을 도와드린다. 얼추 마무리가 된 듯싶어 인사를 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과장님께서 "00 씨 그 A 업무는 다 끝났어?"라고 묻는다. 나는 이런저런 변명을 둘러대는 것보다 결과 자체를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 작성 중에 있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과장님은 "할 일이 넘쳐나는데 언제까지 그 업무만 잡고 있을 거야? 빨리빨리 좀 마무리합시다."라고 말하며 이내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한숨을 깊이 내쉬고는 '빨리 끝내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다시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리며 털썩 내 자리에 주저앉는데, 잠깐 다녀온 사이에 새 메시지들이 몇 통 들어와 있다. 확인을 해보니 타 부서의 담당자들이 이전에 끝낸 업무들에 대한 확인 및 수정을 요청한다며 D와 E 업무를 추가로 요청해왔다.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하... 씨..." 나는 의자에 기댄 채로 사무실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해본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30초 정도를 책상에 앉아있던 중 이렇게 있어서는 결국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컴퓨터 화면에 집중한다. 터져가는 머리를 붙잡고 B 업무를 마무리한 후, 완료된 문건을 팀장님께 전송한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려던 찰나 C 업무를 맡긴 옆 부서 팀장님이 내 자리로 다가와 "아까 내가 맡긴 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거라 좀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라는 말로 눈치를 주신다. 나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금방 끝내서 전송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다시 문서의 늪에 빠져든다.
다행히 C 업무는 전에 썼던 자료들을 확인하면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필요한 자료들이 있는 폴더와 파일들을 하나씩 확인한다. 그러던 중 전화기가 울린다. 수화기를 들자 D 업무를 요청한 타 부서 담당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물어보며 "업무로 바쁘실 텐데 이게 좀 급한 거라 바로 처리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하며 독촉을 한다. 평소라면 바로 확인해서 처리를 하겠지만 나는 지금 C 업무를 먼저 끝내야 하기 때문에 "네네.." 라며 대충 답을 하고는 계속 C 업무에 매진한다.
C 업무를 마무리하여 옆 부서 팀장님께 전송을 한 후, 약간의 여유가 생기려던 찰나 우리 팀 팀장께서 호출을 하신다. 팀장님의 자리로 가보니 B 업무를 작성하다 생긴 오타들을 가리키시며 "중요한 업무라고 말을 했는데 이게 뭐냐, 제대로 확인한 게 맞냐?"라며 오랜 시간 업무자세와 태도에 대해서 설교를 하신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작성해 오라"는 말과 함께 간신히 풀려난 나는 다시 내 자리를 향해 걸어가는 데, 대리님이 "아까 00 씨 자리로 전화가 왔는데, 부탁한 업무 좀 빨리 확인해달라는데?"라고 말해준다. 자리로 돌아가 보니 몇 통의 부재중 전화와 함께 E 업무를 맡긴 담당자분의 업무 독촉 메시지가 새로 도착해있다.
이쯤 되니 무언가 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지는 않는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빨리 해달라고 요청한 타 부서의 D, E 업무를 하나씩 처리한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지만 나는 저 시곗바늘이 퇴근 시간을 알려도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퇴근 시간 넘어서자 팀장님이 "오타 몇 개 수정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라며 짜증 섞인 말을 던지신다. 몇 번의 수정을 한 끝에 드디어 B 업무가 마무리가 된다.
이미 저녁을 아득히 넘긴 시간, 내일 업무를 계획하기 위해 하루 종일 확인하지 못했던 메일함을 열어보니 다른 업체 담당자들에게서 연관된 업무과 관련한 메일들이 도착해있다. 정성스럽게 쓰인 요청 메일들을 읽다 보니 '이 사람들도 오늘 고생 꽤나 했겠네'라는 측은한 생각이 든다. 아직 까지 끝내지 못한 A 업무와 지금 생겨난 F, G, H 업무들을 떠올려보지만 지금 계속 일을 해봐야 업무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내일 바로 작업할 수 있게끔 각각의 자료들을 정리해둔 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회사의 문을 나선다. 정적을 깨는 시끄러운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차가운 밤공기가 나의 등을 토닥여준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여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A 업무와 기타 업무들을 시작한다. 업무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기에 예정대로라면 수월하게 오늘 내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 일을 시작하려 할 때쯤, 팀장님께서 "이거 오늘 내로 끝내야 하는 중요한 건이니까 다른 거 말고 이거부터 마무리 해"라고 하시며 B 업무를 내게 주신다. A 업무가 눈에 밟히지만 팀장님께서 급한 업무라고 하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