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차]땅을 갈아보자.

바이오 농기계 '그리다' 입니다.

by 그리다

원래는 사진에서 보이는 빈 땅에도 비닐하우스가 있었으나 부모님께서 모두 경작을 하시기엔 힘이 달리셔서 7개 중에 2개 동을 줄이시게 되었다. 그래서 생기게 된 밭에는 가끔씩 깨를 심거나, 양파, 마늘, 상추, 고구마, 기타 등등 이웃집에서 모종이나 씨를 얻어오게 되면 심는 땅이 되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마른 줄기들은 이전에 수확한 깨의 잔재들이다.)



내가 감자를 심으려고 하는 땅은 양파를 심은 곳 옆쪽에 있는 오래도록 쉬던 땅으로, 너무 많은 땅에 감자를 심으면 관리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그중 길이 약 30m, 폭 1.5m가량의 땅을 선정하여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농기구와 관련해서는 TV에서 자주 보던 농기구들이라 따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가운데에 있는 곡괭이는 아주 훌륭하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옆에 있는 삽처럼 보통의 농기구는 나무로 손잡이를 만드는데 현재 보이는 곡괭이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녹이 슬지도 않고, 손잡이 부분의 안쪽이 비어있어서 무게가 같은 크기의 곡괭이에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처음 논에서 이 곡괭이를 보고 손에 쥐었을 때는, 마치 전설로만 내려오던 도구를 얻은 것 같은 설렘과 인간의 기술은 이 정도까지 발전이 되었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여하튼 일을 시작할 도구들을 보고 있으니 든든했다.



상표가 보일까 봐서 사진을 찍기 전 비료와 퇴비는 바구니에 적당량을 담아 손으로 뿌렸는데, 사진에서 보이듯이 흰 점들이 비료고, 검은 점들이 퇴비가 되시겠다. 이름이 비슷해서 각각 어떤 것인지 구분을 짓자면 비료는 작물을 심기 전에 땅에 영양을 늘려주기 위한 질소, 인산, 칼륨 등이 포함된 물질이고, 퇴비는 우리가 잘 아는 가축의 배설물로써 거름이라고도 하며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냥 쉽게 말해서 천연비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신기한 건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의 퇴비는 색깔과 모양이 약간 초콜릿 과자랑 비슷한 느낌으로 나와서 뿌리기가 편해졌는데, 아쉽게도 냄새가 고약한 건 여전하다.


작물을 심기 전 비료를 뿌리고 땅을 섞어주는 작업을 흔히들 '밑거름을 뿌린다'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문학적인 표현인 '누군가의 밑거름이 된다'라는 말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밑거름은 스스로 담고 있는 것이 많지만 흙 위로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땅속에서 자신의 다음에 올 것들을 위해 자신을 녹여내는데, 사람도 소중한 누군가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품고 있는 유익한 능력들이 많아야 하며, 스스로가 특별함에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게끔 조용한 자리에서 누군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밑거름 작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전설의 도구인 스텐 곡괭이와 삽으로 파바박 땅을 파서 고랑과 이랑의 구분을 지어주고 흙을 덮어주는 작업을 했다. 사실 이 작업은 농촌에서 말하는 '로터리'라는 기계를 이용하면 모양도 예쁘고 적당한 깊이의 고랑이 만들어져서 수월하겠지만 그런 게 우리 논에 있을 리가 없었다. (밭을 갈 때면 이웃집에서 트랙터를 빌려와 작업한다.)


예전에 '귀농'이 한창 열풍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귀농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유를 하고 싶다. 20년이 넘게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드리면서 느꼈던 건, 농사일이란 보기보다 훨씬 힘든 일이며, 다행히 회사처럼 사람에게 치이는 일은 적지만 그보다 더욱 부지런해야 작물을 키워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지금도 사무실에서 일과 부모님의 농사일을 병행해서 하다 보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이 정말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혹시나 귀농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진에서처럼 이렇게 마른땅에서 고랑과 이랑을 한 10미터 정도만 파보라고 하며 곡괭이를 쥐어주고 싶다. 아마 이 정도의 노동 강도에도 열에 일곱은 속이 뒤집어지고, 밭도 함께 뒤집어질 것이다.



1차적인 고랑 파기 작업이 완료된 모습이다. 주변에 있던 돌이나 마른 식물들이 함께 딸려올라와 약간은 정돈이 덜 된 느낌이 든다. 이러고 무언가를 심으면 되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옆에서 쑥쑥 크고 있는 양파를 보면 알듯이 아직 갈길은 멀었다.



이제 아까 가져온 써레로 이랑에 올라온 흙의 평탄화 작업을 한다. 평평하게 흙을 고르다가 실수로 흙을 잘못 끌면 고랑에 흙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삽으로 다시 퍼올려야 하는 수고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준다. 써레로 작업하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인지 궁금하다면 우선 돌이나 잡동사니들을 걸러주는 것과 동시에 밑거름이 있던 아래의 흙과 덮은 흙을 서로 섞어주게 되며, 이랑의 높낮이가 심하면 물을 줬을 때 한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써레를 이용한다. (가끔 뭉쳐있는 흙덩이도 잘게 쪼개서 덮어주는 작업을 한다.)



평탄화 작업 완료. 이전보다 이랑의 모습이 훨씬 정갈해졌다. 고랑을 팔 때만큼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고된 작업이었다. 땀이 많이 났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결과가 썩 괜찮아 보여서 나름 흐뭇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다.



마지막 작업인 비닐을 덮어주는 작업을 하는데, 비닐을 덮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흙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잡초가 자라는 것에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 이불을 덮듯이 쫙 펼치면 무게가 가벼워 바람에 날리기 때문에 끝부분부터 천천히 흙으로 눌러 고정시키고 조금씩 전진하며 나머지 비닐도 고정시켜주었다. 이때 다시 삽으로 옆을 깎아 이랑의 모양을 잡고 고랑을 조금 더 파서 비닐을 고정시켜주었다.



마지막 흙을 덮으면서 이렇게 1주 차, 감자심을 땅의 준비를 완료했다. 아직 감자를 심지도 않았는데, 땅을 갈고 준비만 하는 것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부디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고, 두어 달 뒤 튼실한 감자를 캘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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