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차]감자를 심어보자

아직 한 발 남았다.

by 그리다
씨감자 한 포대 이거 진짜 실화인가

밑거름을 뿌린 땅을 2주간 놔둔 후, 이제 본격적으로 감자를 심기 위해 밭으로 갔다. 호미와 장비들을 준비해서 간단하게 감자를 심으러 가려고 하는데, 비닐하우스 입구 쪽에 내용물이 가득 차 있는 수상한 비닐 포대가 하나 있어서 저게 무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아이고 그거 잘 물어봤다 고개 넘어에서 감자 농사짓는 엄마 친구한테 전에 네가 감자 심을 거라고 했더니 이렇게 씨감자를 한 포대 구해서 주더라. 버리긴 또 아까우니까 오늘 심을 때 같이 심어라."라고 하셨다. 위의 사진은 그 말을 들은 직후 '엥?'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오른 상태로 포대에 담긴 씨감자를 찍은 것인데, 용량이 원래 심으려고 했던 감자의 3배 가까이는 되어서, '와 이걸 언제 다 심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떠올려보니 감자를 많이 심게 되면 다양하게 커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어머니 친구분께서 주신 건데 감사한 마음에라도 버리지는 말자는 생각에 힘을 내서 한번 더 빈 땅을 개간했다. 장소는 전에 만들었던 감자밭의 앞쪽이었는데, 딸기 모종을 키우고 난 뒤 쉬고 있던 땅이라는 점과 전보다 조금 더 길게 준비해야 했기에 손이 더 많이 갔다. (사진 왼쪽 편에 줄줄이 심겨있는 식물이 딸기 모종인데, 이미 필요한 모종은 비닐하우스에 다 심어져 있고 저 모종은 사실 다 써서 필요가 없는 모종이다.)


이전처럼 땅에 비료와 퇴비를 뿌리고 1차적으로 이랑과 고랑을 구분 짓고 흙을 섞는 작업을 했다. 불필요하게 양 옆에 있는 식물이나 자재들을 건들지 않도록 섬세하게 선을 그어 작업했고, 이전에도 말했던 스텐 곡괭이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는데 잠시 숨도 돌릴 겸 해서 경과를 찍었다. (2번째 사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손이 많이 갔음을 알 수 있다.)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이전에 작업하고 비닐을 덮었던 곳인데 오늘은 이 앞쪽에서부터 일주일 전에 만들어 놓은 감자밭까지 이어주듯 고랑을 파야한다.


고랑과 이랑을 모두 파서 기본적인 세팅을 완료한 뒤 경계가 되었던 고랑의 끝부분을 삽으로 파는 작업을 통해 고랑을 넓혀주고 낮았던 이랑의 둔덕을 높여주었다. 힘이 부칠 정도로 힘들었지만 사전에 손이 많이 갈수록 나중에는 그만큼 신경을 덜 쓰게 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정성스럽게 삽질을 하고, 엉킨 흙덩이들을 풀어 평탄화 작업을 진행했다.


기세를 올려서 비닐을 덮는 작업까지 완료 아득하게 이어진 감자밭을 보니 이제는 취미가 아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는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지금까지도 이만큼 고생했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를 하는 상상을 잠깐 해본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어찌 보면 이제 남은 절반까지 열심히 달려갈 일만 남았다.


조금 번거롭긴 했지만 어떻게 심는지를 남겨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한 손으로는 호미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의 조언을 들어, 심는 감자들의 거리를 약 20cm 정도 두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과연 감자들이 잘 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조금 들었다. 잠깐의 사진 촬영과 고민을 마치고 호미로 땅을 팠는데, 적당한 그립감과 함께 스무스하게 파이는 땅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호미도 곡괭이만큼 만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깊이 파서 심으면 감자가 안에서 썩을 위험이 있다고 하였고, 또 너무 지면에 가까우면 '감자가 하늘을 본다'라고 하여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않는 감자가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농촌진흥청의 정보와 주변에서 감자를 경작하시는 어르신들의 정보를 조합하여 최적의 깊이로 땅을 파주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원래 이리저리 휘적대거나 재지 않고 감으로 딱딱 파줘야 농작물도 잘 자라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되는 걸 보니 아직까지 그만큼 숙련되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땅을 파고 이런 식으로 씨감자를 하나씩 심어서 잘 묻어주는 작업을 했다. 고작 감자를 심는 작업을 했을 뿐인데, 이제 이 감자들이 커서 더 많은 감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약간은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본디 농부는 자신이 흘린 땀에 비례하여 정당한 소출을 기대해야지, 괜히 농작물에 욕심을 담으면 안 되는 것인데 나는 그래도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에 속삭이듯이 감자들에게 쑥쑥 커달라고 말을 건넸다.


감자를 심고 난 후의 모습이다. 씨감자가 포대로 있었던 탓에 몇 군데는 두줄로 심기도 했지만 어쨌든 너무 가깝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어 씨감자 심기 작업을 모두 마치게 되었다. 감자는 다 심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중에 싹이 자라면 주변에 있는 잡초들이 감자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게 김매기도 해주어야 할 것이고 해충 방지나 영양분 공급을 위해서 농약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다음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찾고 공부해서 오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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