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값을 줄이며

[에세이]

by 그리다

2017년 여름, 나는 제주도에서 한 달여간을 머물며 나의 첫 책을 출간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썼던 글과 그동안 온라인 상에 썼던 글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고, 노트에 펜으로 써놓았던 글들 또한 일일이 전자파일로 만든 뒤, 그 모든 글들을 책의 주제에 맞게 선별하고 구분 지었다. 이 작업에는 약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만큼 수고를 했음에도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아있음에 조금 놀라게 되었다. 책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크기를 정해야 했고, 책의 표지그림과 표지에 쓰일 글자들의 배열을 정해야 했으며 추가적으로 내지에 적힐 글들이 어떤 형식으로 정렬이 될지 디자인을 정해야 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데 드는 수고로움을 깨닫게 되니, 책을 발행하는 다른 작가분들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몇 번 젓기도 했다.


책의 겉 부분에 대한 정보를 모두 정한 뒤의 작업들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보통 주중에 해가 떠있을 때 나는 집을 나와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책을 마무리짓는 작업이라고는 밖에 나와있는 동안 핸드폰을 이용하여 책을 제작해주시는 담당자 분과 몇 번의 오탈자 수정과 디자인 선정 건으로 문자를 주고받은 게 고작이었으니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책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완성된 책의 시안을 노트북으로 확인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드는 것과 동시에 약간의 경악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책의 구매 가격 때문이었다.


크기도 B5 수준으로 작았던 데다가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페이지 수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예상 판매 가격 가격이 만 2천 원가량이 책정이 되어있음에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른 작가분들의 시집이나 소설을 살 때는 1만 원이든, 2만 원이든 사실 그리 아깝지 않았는데 막상 내가 책을 내놓으려고 보니 새끼손가락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내 책이 이리 비싸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담아 쓴 글들이었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가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으나 그런 글에 가격표를 매겨야 한다는 것은 나를 너무나도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실 허락이 된다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후 나는 담당자분께 연락하여 가격을 낮추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를 물었다. 그리고 담당자분의 답변은 간단했다. 책이 팔릴 때에 내가 받게 되는 인세를 포기하면 그만큼 책의 판매 가격이 줄어든다고 하였다. 나는 바로 계산을 해보았다. 당시 내가 책을 1권 팔아서 얻을 수 있는 인세는 약 3천 원 정도였는데, 2천 원의 수익을 포기하면 딱 1만 원이라는 가격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자 끝내 나의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책 한 권이 팔려봐야 나에겐 고작 천 원 남짓밖에 얻는 것이 없지만, 그로 인해서 내가 가졌던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애초에 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책이 아니라 나의 처음을 알리기 위해서 만들게 된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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