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높을수록 아름답다

[에세이]

by 그리다

가끔 근심이 생긴 날이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구름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시야에서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구름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떠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문득,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오늘 내가 걸은 발자국은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약간의 철학적인 생각도 가지게 된다. 매번 하늘을 볼 때마다 각기 다른 속도와 모습을 뽐내고 있는 구름들이 궁금해지던 어느 날, 나는 학창 시절 간단하게 배웠던 구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넘어 조금 더 자세히 저 일렁이는 하얀 무언가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은 땅에서 얼마나 멀리 있느냐에 따라서 불리는 이름도 다르고 모양도 참 다양했다. 매번 볼 때마다 그 위에 누워 잠을 청하고 싶은, 가까운 거리에서 몽실 거리는 뭉게구름은 적운이라는 이름의 구름으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구름인데 보이는 거리가 가까운만큼 나의 마음에도 참 친숙하게 다가오는 구름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인 비가 오는 날에 자주 볼 수 있는 구름은 적란운이라는 구름이었는데 낮게 떠다니는 듯 보이지만 보이는 것과 다르게 엄청 높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으며 얼음이나 물방울 결정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땅에서 볼 때는 유독 어둡게 보일 때가 많은 구름이었다. 이외에도 점점 높이가 상승함에 따라 안개 모양의 구름, 덩어리 모양의 구름, 양 떼가 모인 것 같은 구름 등등이 나타나고 무언가 가장 자유로워 보이고 개인 척으로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새털 모양의 구름은 6km 이상의 높이에서만 만들어지는 구름이었는데 이 새털구름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구름은 높을수록 좀 더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조금씩 구름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한 편으로는 구름이 가진 특성이나 모습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조금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먼저 비를 뿌리는 적란운을 보면서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평소에 슬픔을 가진 사람들의 낯빛이 조금은 어둡다는 점과 느리게 움직이는 비구름처럼 걸을 때의 발걸음이 비교적 느리다는 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그 모습이 부끄러워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이 왠지 적란운과 닮아있는 것만 같았다. 한 편 높은 곳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새털구름인 권운은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모습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는 높은 구름처럼 손으로 닿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내게 주었기 때문이다. 구름이 품은 것들이 다르듯이 타인에게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도 제각기 품은 설움이나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어쨌거나 타인이 보는 것은 내면이 아니라 대부분 드러나고 있는 겉모습이기에. 아득한 거리에서 우러러보는 시선들을 즐기며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딱 새털구름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또 구름에 대해 알아가면서 들었던 생각은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떠다니는 수증기 덩어리 일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참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구름은 크고 무거울수록 빛이 투과하지 못해 어두운 색을 띠고, 가지고 있는 것이 적고 크기가 작을수록 하얀빛을 띠는데, 사람들은 보통 이런 새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의 조화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듯 우리도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느낌을 주려면 무언가를 더 가지려는 욕심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가볍고 투박한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또 이러한 노력들과 더불어 자신의 꿈과 이상을 높은 곳에 두고 주어진 능력을 가꾸면서, 특별함이 결여된 하루라도 이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저 높은 곳에서 홀로 유유히 흘러 다니면서도 타인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는 구름처럼 우리도 살아간다는 그 자체로 누군가의 등불이 되고 감동을 주는 고귀한 존재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구름이 준 또 다른 가르침 중 하나는 바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서 똑같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는 매 순간 새롭다는 것이었다. 구름이 생기는 원리는 언제나 같고 하늘은 언제나 푸른색을 띠고 있지만 지구가 생긴 이래 지금껏 단 한 번도 구름은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으로 떠있었던 적이 없었다. 이는 비슷한 환경에서 하루를 보내더라도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른 하루이며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삶을 무한한 새로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이런 깨달음을 가슴에 담은 이후로는 가끔 힘이 들 때 하늘을 보곤 한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하늘은 오늘만 존재하는 하늘이며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도 그만큼 특별한 하루를 누리고 있는 것이니 힘들어도 나답게 이겨내 보자고 말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만 '하늘을 보고 살자'는 말이 있다. 이는 바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가져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며 한 편으로는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 찾아올 희망을 기대하며 조금만 더 견뎌내자라는 응원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런 '하늘을 보고 살자'는 말을 보면서 가장 먼저 당당함을 떠올린다.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야 하는데 그런 자세로 있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 하루에 부끄러움이 남아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때때로 하늘이 가진 푸름이 시리게 느껴지는 날은 나의 부끄러움에 대해서 곱씹는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시림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나는 구름처럼 살고 싶다. 아니 어쩌면 그냥 구름이 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땅에 있는 높다 하는 것들을 내려다보고 자질구레한 무거움을 벗어던진 채, 매인 것 없이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흐르는 사람이고 싶다. 또 숨 막히는 괴로움에 땅을 보면서는 한숨을, 하늘을 보면서는 희망을 외치는 사람들의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새로운 힘을 얻고, 새로 돋아난 날개로 날아올라 자신이 또 다른 누군가의 구름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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