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마음에 드는 여러 필명을 돌려가며 사용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그리다'라는 이름을 담아 온라인상에 글을 시작한 것은 2016년 가을 무렵이었다.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듯이 '생각, 현상 따위를 말이나 들 등으로 나타내다.'라는 의미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다.'라는 중의적인 표현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좋아서 이 필명을 사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번뜩 글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들을 버리고, 글 자체에 나만의 향기를 담는 법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가장 나다운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일 한 편씩 써 내려간 글. 약 5년의 시간 동안 썼던 글의 빈도를 계산해보니 1.6일 당 1개의 글을 써냈음을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글을 쓰는 것이 귀찮은 때도 있었고, 환경상 일주일 가량 글을 올리지 못한 적도 꽤 있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참 꾸준하게 글을 남겨왔다는 나만의 증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글을 쓸 당시에는 이렇게 매일 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 그래서 많이도 말고 하루에 딱 한 편의 글만 남기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글을 써나갔다. 그리고 이 다짐은 신기하게도 매일 글을 쓰게 해주는 좋은 원동력이 되었다. 하루에 한 편의 글만을 쓰려고 하니 어느 하루에 문득 두세 가지의 글감이 떠오르면 떠오르면 메모를 해두었다가 다음날에 한 편을 쓰게 되고,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자연스럽게 글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이 같은 행동을 세 달 동안 반복을 하면 습관이 된다고 했던가? 매일 글을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글을 쓴다는 행위가 내 하루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갔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떤 작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또 어떤 작가는 몇 달에 한 번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에 펜을 잡고 글을 남기는데,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어찌 보면 글 자체가 가벼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나는 이내 그런 걱정을 멈추기로 했다. 왜냐하면 한 번 물이 흘렀던 자리는 훗날 비가 내릴 때마다 그 자리로 빗물이 흐르게 되듯이, 글쓰기 역시 한 번 습관을 들여놓으면 나중에 잠시 쉬었다가 글을 쓰게 되더라도 다시 또 나만의 느낌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은 저자와 독자의 소통이다 보니, 보통은 읽어주는 사람과 남겨지는 의견이 많을수록 힘을 얻는다. 그래서 오랜 시간 홀로 글을 써온 나는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것 같은데 매일 글을 쓰는 일이 지치거나 지겹지 않냐고. 그때 나는 넌지시 대답했다. 밥을 매일 먹고 있지만 그 행위가 지겹지 않은 이유와 같다고. 식사는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배고픔에, 살아야 한다는 본능에 의해 스스로가 알아서 실천하게 되어있다. 나에게 글쓰기란 꼭 이와 같다. 누군가가 자주 찾지도,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지만 내 안에서 들려오는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욕망이 계속 글을 쓰게 만든다.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 그 두 영역의 사이에는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언가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나는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용기 내어 펜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작가라고 불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모두가 짧게라도 오늘 하루, 한 줄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작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남겼으면 좋겠다. 글로 꺼내어놓지 않으면 한 사람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시간 따위에 잊히고 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