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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n 10. 2021

인생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삶이 무겁다 느껴질 때 내가 떠올리게 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다들 이토록 미친 듯이 달려 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이런 물음을 떠올린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는 가끔 풍경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서 이 모든 흐름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나와 같이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아마도 그들은 나처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본질에 대한 물음을 품었다는 뜻이니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나 본능일 것이다. 밥을 먹어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본능. 잠을 자야지 건강해진다는 본능. 그리고 이 모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본능들 말이다. 그런 본능에 오랜 시간 잠식당하면 우리가 서서히 잊게 되는 사실이 있다. 돈이 곧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과 모자람이 곧 불행이 아니라는 사실. 젊었을 때 많은 명예와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도 노년이 되면 가진 것을 나누어주려 하고, 더 가벼워지려 하지 않던가? 삶이라는 것의 이치를 깨닫는 나이에 보여주는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바로 돈과 물질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 곧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의 우리는 이런 사실을 타인에게 부정당하거나 스스로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돈을 버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외에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고민하는 시간들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을 버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행위는 항로를 잃은 배처럼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생각한다.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고.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전에 술자리에서 부유한 지인을 부러워하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준 적이 있다. 친구는 집도 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비싼 차를 끌고 와서 자신을 태우고 시가지를 돌아다니는 지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그런 여유가 너무 부럽고 그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서 그 사람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내 앞에 있는 친구의 장점이나 성향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는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왜 그런 것들을 부러워하느냐"라고 말이다. 이에 그 친구는 갸우뚱하며 "나는 가진 것이 부족한 데다가 소득 또한 적으니 인간으로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라고 내게 물었다. 그 말에 나는 답했다. "그 사람이 스포츠카라면 너는 커다란 유람선인데, 왜 너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그 사람과 시합을 하려는 것이냐"라고, "도로 위에서는 당연히 네가 느리겠지만 바다 위에서는 네가 훨씬 뛰어난데 굳이 하나의 기준으로 서로를 비교하며, 질투심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이다. 그 말에 친구는 깊이 고민하는 듯이 보였다. 비유이긴 했지만 내가 건넨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고 깊이 되새겨보는 듯했다. 물질적인 것으로 기준을 세우고 이에 쉽게 혹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임을 알기에 친구에게 나도 그 이상의 조언은 건네지 않았다. 그냥 술 한 잔을 더 맞대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타인의 소유가 그리 부럽지 않더라"라는 나의 이야기로 대화의 끝을 맺었다.


 나는 저마다 행복의 기준은 달리해도 행복의 결론이 물질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마무리되는 것이 행복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대회나 공모전 같은 곳에서 입상을 하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신만의 특별한 행복을 흔하디 흔한 물질로 바꾸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로 승자가 결정되는 경주가 아니다.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이 행복이기에 빨리 가든 늦게 가든 자신에 속도에 맞추어 멈추지 않는 것이 나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가는 길이 답이라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걷자. 행복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내 안에서 찾아내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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