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외로움을 잘 타면서도 고독을 즐긴다.'라는 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외로움을 잘 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외로움에 민감하다는 뜻일 텐데 이것을 또 즐기며 살아간다니. 이 상반된 감정의 조화는 사실 짧은 문장으로만 봐서는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나는 약간의 비유를 사용하고자 한다.
높은 파도가 치는 해변을 상상해보자. 그 풍경 속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거센 파도에 눈길을 주지 않고 저만치 먼 곳에 놓인 인도 위에서 산책하듯 앞만 보며 걸어가는 사람. 두 번째는 모래사장으로 내려와 파도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젖는 것은 싫어서 바다에 가까워지기를 주저하는 사람. 그리고 세 번째는 밀려오는 파도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 삶에 '외로움'이라는 파도가 밀려왔다고 가정했을 때 세 번째 유형의 사람과 매우 유사하게 대응한다.
사람에 따라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모른 척 외면하고 회피하는 경우도 있고, 해변가에서 서성이는 사람처럼 외로움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한 발짝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기회나 특별함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맞이하러 나간다. 왜냐하면 이 외로움이라는 것은 슬프고 낯선 감정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날처럼 나의 일상에 당연히 찾아올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항상 관계의 틀 속에서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어떤 집단에 속하게 되고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집단 안에서 소속감과 동질감 등을 느끼며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은 가끔 우리의 일상을 숨 막히게 할 때가 있다. 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불안함. 다수 속에서 자신의 특별함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답답함. 때때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하나의 신호라고 받아들인다. 내가 이 '관계'라는 것에서 아무런 만족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중요한 깨달음. 이처럼 나는 찾아온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욕구로써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냥 슬픔에 잠기지 않고 그 중간에서 오히려 용기와 즐거움을 얻게 된다.
또 외로움을 즐길 수 있게 된 다른 이유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는 누구인가 고민을 하려면 우선 수많은 관계에 속한 존재하는 나를 끊어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다. 보통 외로움을 느낄 때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나의 감정만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나는 어째서 외로운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내게 어떤 존재들이지?'와 같은 나를 나로서 온전히 바라보게 하는 질문들. 나는 내면에서 시작되는 이런 진실된 질문들을 통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편으로는 감정을 회복하는 탄력성과 건강한 일상을 향유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외로움을 즐길 때도 있다. 옛말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은 피하거나 멀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비가 오는 날처럼 일상 속에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만날 때마다 계속 도망 다니고 피하려고만 한다면 감정적인 부분에서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로움'을 불편한 감정이고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고만 생각하면 혼자가 될 때마다 계속 두려움을 느끼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감정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매번 고민하고, 삼켜내고, 품어낸다.
길게 서술하긴 했지만 사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아픔처럼 쉽게 친해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꼭 외로움과 친숙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이유는 빛과 그림자처럼 외로움을 통해서 더욱 부각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감사함이라는 감정. 외로움을 곱씹으면서 혼자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 순간 '함께'라는 단어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지금 나와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 내가 어딘가에 속할 수 있다는 감사함 등, 외로움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신선한 깨달음이 나의 일상에 새어든다.
식사를 할 때 편식을 하게 부족한 영양소로 인해서 어딘가가 아프게 되는 것처럼 감정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편식을 하게 되면 취약했던 부분이 곪고 나중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과 슬픔, 아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계속 휘둘리지 않기 위해 당당히 맞이하고 삼켜낸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보기보다 깊고 축축해서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멀리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매 순간 나의 마음을 돌이킨다. 깊은 바다에 잠수를 하는 사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뭍에 올라와 옷을 말리는 것처럼, 나 또한 외로움에 잠기게 되면 회복을 향한 본능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밝은 세상으로 나오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