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뒤쳐진게 아니야

by 그리다

자주 듣는 말은 아니지만 주변 친구들이 가끔 나에게 "유행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말로 나는 그 '유행'이라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또래의 사람들이 아는 연예인이나 TV 프로그램, 유행어 등을 잘 모를 때가 많아 난감할 때도 있지만 이런 상황들을 보며 그저 유행에 뒤쳐진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래도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다.


왜 남들이 다 하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 걸까? 사실 나 스스로도 그것이 궁금해서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가장 명확한 답을 찾기 위해 질문을 뒤집어 보게 되었다. 왜 유행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를. 유행을 따라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니 누군가는 그것이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서로 간의 소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행을 몰라서 대화에 끼지 못하면 집단 안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이처럼 '유행'이라는 것은 다수가 추종하고 열광해서 나온 결과물이기에 그 필요성 또한 '관계'나 '소속감' 같은 것에 밀접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내가 왜 유행에 관심이 없는지를. 왜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를. 나는 타인의 소중함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 어떤 집단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나는 나야.'라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다수에게 속하기 위한 그 유행이라는 것에 점차 둔감해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유행을 따르면 좋은 일들이 많다. 앞서 말한 소통이나 매력 어필과 같은 행동에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생기는 좋은 점은 무엇일까? 나는 우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장점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할 때든 일을 할 때든 보통 우리는 항상 관계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데, 유행에 둔감해지면 이런 관계에 속한 나를 버리고 나에 대해서 좀 더 많을 것을 생각할 시간을 얻게 된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또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면 내 삶을 향기롭게 하는 원초적이고 진실된 행복에 가까워지게 된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과거 헨리 애덤스가 '사람은 평생에 한 친구면 충분하다. 둘은 많고 셋은 문제가 생긴다.'라는 명언을 남겼듯, 살면서 좋은 친구 한 명을 발견하고 사귀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유행을 따르지 않는 행동은 진실된 인연을 만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타인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나 현재 유행하는 어떤 사건들에 대해 흔히 이야기한다. 만약 이런 때에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여기며 호기심에 다가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깊은 인연이란 이처럼 자신에 대한 진실된 표현과 이를 알아주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흔하디 흔한 보편성을 버리고 서로가 가진 특별함과 관심사를 존중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인연. 나는 그 특별한 인연을 찾는 과정으로 다수의 유혹을 무시할 수 있는 이런 '유행에 대한 둔감함'이 분명 도움이 된다고 본다.


지금은 서로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는 시대이다 보니 사실 유행에 대한 생각도 다양하고 한 가지의 유행이 지속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때때로 자신이 속해 있거나 따라 하고 있는 유행이 가장 나은 것이라며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누구도 유행에 뒤쳐져 있지는 않아"라고. 바다가 가장 넓다고 해서 모든 물고기가 바다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듯, 유행도 다수가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자신에게 맞는 유행. 자신이 원하는 관심사를 따르면 그것이 스스로에게 가장 옳은 일이 된다. 서로가 가진 특성을 존중하자. 유행이라는 기준 때문에 사람의 가치를 나누려고 하지 말자. 달리기 시합에서 응원하는 관중에게 순위를 매기지는 않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트랙을 벗어나 달리고 있는 유일한 관중이자 선수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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