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은 '몽환적이며 신비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물론 나 역시나 이에 동의한다. 신비하고 몽환스러운 것이라 하면 개인별로 생각하는 것이 다양하겠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신비한 자연현상이나, 생명, 심리, 그리고 우주와 별을 참 좋아했다. 그 이유는 뻔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그런 신비한 것들이 나의 눈을 반짝이게 했으며, 세상이란 그렇게 틀에 박혀있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서클이나 괴생물체, 이상기후 현상처럼 지구 상에서 평범하게 보이는 상식들을 깨는 요소들은 나를 무척이나 두근거리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신비함들 중에서도 나는 우주와 별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왜냐하면 우주와 별은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음을 시작하게 만든 원인이자 끝이었기 때문이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 도서관에서 꺼낸 작은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3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얇은 두께로 낮은 서가 위에 올려져 있던 어떤 책. 검은 바탕 가운데에 커다란 별이 하나 그려져 있었고 '성운과 성단'이라고 적혀있던 책이 나의 시작이었다. 글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에 눈이 많이 갔던 나이였기에 빠르게 한 페이지씩을 넘기며 책을 읽었는데,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이런 게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목차와 페이지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가며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우주와 별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다고.
그 관심 덕분인지 나는 도서관과 많이 친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우주에 대해서 알고 싶었을 뿐인데 공부를 할수록 점점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게는 처음 별을 관측한 역사나 별자리가 만들어진 이야기에 관해서. 깊게는 우주의 팽창 속도나 은하의 크기, 행성과 항성의 특징에 관해서 공부했는데 이와 관련된 지식은 도저히 한 두 권의 책으로는 채울 수가 없어서 탑을 쌓듯 여러 책을 쌓아둔 채로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마음속에서 어떤 존경심이 우러났다. 천문학자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런 우주에 대한 열망은 또 물질적인 욕심으로 이어졌다.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천문 망원경.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저렴한 것도 10만 원이 넘어가는 것을 알고 조용히 담아두었다가 10년이 훌쩍 지난 26살에 퇴직금의 일부를 떼어 70만 원짜리 망원경을 사버렸다. 그리고 처음 천문 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보던 날 그 설렘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정말로 달 위를 걷도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으니까. 이후 '아르크 투르스'라는 붉은 별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 것도 아직 생각이 난다.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내가 찾아내었다는 그 행복함에 어린아이가 된 듯 옥상 위에서 방방 뛰었으니까.
이런 나의 설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지만 사실 그러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무척이나 지루한 이야기일 테니까 말이다. '너의 별자리는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라던가 '지금 가장 밝게 보이는 별보다 그 옆에 있는 별이 조금 더 밝지만 거리가 멀어서 어둡게 보이는 거야'라는 말을 누가 흥미 있어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밤하늘을 보며 홀로 조용히 침묵한다. 언젠가 내 사람에게만큼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의 이야기와 별들의 이야기 전해주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