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면서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소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도 있다. 이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을 사귀는 것은 각자가 가진 성향이나 경험에 따라 가장 적절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발전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귀고 이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많으나 나는 사람을 사귈 때 적 좁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기준을 두며 살아간다. 그것이 내가 겪어온 경험들이 제시한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된 것은 스무 살이 넘어서부터다. 고등학교 정도까지만 해도, 그저 친구들과 넓게 친분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이 무언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아서 참 편했다. 아마 이것은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서로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적고, 그저 과제나 일이 때만 잠깐 마주하는 것이 전부다 보니,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을 넓게 넓게 사귀면 좋은 점은 참 많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기에 다방면의 지식이 쌓인다는 점.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도움이 필요할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점 등 다수이기에 가능한 모든 행위들이 장점이 된다. 그러나 다수와의 친분을 유지하게 되면 '적당함'이라는 선이 두 사람 사이에 들어서게 되면서 더 친해지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연락하게 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이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 그런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람을 좁고 깊게 사귀었을 때의 이점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점은 나의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두루두루 친했을 때는 그저 표면적인 인사치레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의 적당한 대화로 교류가 끝나지만 내 사람에게는 좀 더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살면서 해소하지 못한 슬픈 이야기나, 트라우마 등의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단점은 한 두 사람에게만 관계를 집중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친해진 사람이 내게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오면 그 때문에 실망감에 빠진다거나 오랜 시간 인간관계에 소홀해진다는 위험이 발생한다. 따라서 나는 이런 리스크를 항상 염두에 두고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 내가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낀다. 학창 시절의 모습처럼 모든 사람들과 다 친해지기는 어렵다는 것과 내 일상에 쓰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다 보니 인간관계에 쏟아부을 에너지와 시간이 한정되어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조금은 슬픈 이야기지만 가지치기를 하듯, 하루하루 불필요한 인연들은 하나씩 줄여가고 있다. 어떤 사람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게 되는 내 모습이 싫어서. 그리고 지금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인연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개개인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떠올리는 생각들은 다양하겠지만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 리다를 구분 짓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삶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으니 인연에 관한 그 모든 선택이 그 사람에게 맞는 정답이려니 하며 그럭저럭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