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것의 소중함

by 그리다

오래전 독서모임에 참여하던 당시, 간단한 자기소개의 일환으로 각자의 좌우명을 나눈 적이 있는데 나는 내 차례가 왔을 때 무덤덤하게 "저는 조화, 균형, 안정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했다가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젠야타'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젠야타'란 '오버워치'라는 게임에서 나오는 온화한 성격의 기계 수도사 캐릭터이다.) 사회복지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나 또한 무척이나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고 인류애 대한 애정이나 조직의 화합, 그리고 조화로움을 사랑한다.


내가 '함께'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친구라는 존재를 인지하게 된 아주 어린 시절부터였다. 여럿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놀이들,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옮길 수 있는 무거운 물건과 같은 함께여야만 수행 가능한 일들을 직접 체험하고 해결해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를 먹은 지금은 여럿이 있는 시간보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혼자서 지내는 순간에도 친구나 지인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나에게 있어 외로움이란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르면 언제든지 서로에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다가온다.


직장에서나 어떤 모임에 속해 있을 때의 내 모습은 내가 가진 마음을 잘 대변해 준다. 보통은 혼자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이 내게 일을 시킬 때는 조금 불편해도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싸우려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일을 처리한다. 반대로 내가 타인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내 선에서 최대한 마무리해줄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내가 끝낼 수 있는 업무라면 조용히 내가 끝내고 마무리 지어버린다. 이는 상대방이 내가 속한 집단 안에서 최대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상대방의 삶도 나의 삶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물론 어쩔 때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다 보니 일이 굼떠보일 때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도 실망으로 가득 찰 때가 있다. 이는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를 했을 때다. 사람은 본디 정의로운 것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안타까운 일들에 함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존재다. 나는 그런 인간의 본질을 믿기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자'라는 말을 되새기며 살아가는데, 때때로 이런 나의 생각이 무색하기라도 하다는 듯 지독한 범죄 행위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한동안 슬픔과 낙담에 빠지게 된다. 이런 행동은 인간에게 숨겨진 어두운 부분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마음이 더 성장하지 못하고 유년기의 상태로 머물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잘못 아닌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뉴스나 신문에 실리는 누군가의 잘못을 보면서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사람들이 줄어들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를 고민 때가 있다.


결론을 짓자면 공동체 의식은 모두가 갖추어야 하는 기본 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만큼 나를 아는 사람은 없고, 어떤 이유에서든 살면서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도 생기겠지만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사람과 사람이 엮이며 살아가야 하기에, 마주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할지를 정하는 은 무척이나 요한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적을 적게 만들려고 노력하면 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논쟁을 하기보다 조화를 우선시했을 때 일상이 평소보다 수월하게 흘러갔던 기억이 많다. 경쟁이 팽배한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조화를 떠올리니 이처럼 환경적인 부분에서 이득이 생긴 것이다. 나아가 '함께'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내면에 있는 인격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함께'의 마음가짐은 상대방을 나와 같은 존엄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것이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수히 발생하는 서로 간의 오해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시발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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