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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Aug 21. 2021

예? 인천 앞바다요?

 대략 7년 전 가을. 어머니께서는 고향 친구들과 함께 경주로 야유회를 다녀오셨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우리 어머니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친구들과 교류를 잘 안 하고 지내셨다. 그러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서 초, 중, 고등학교 친구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연락이 활발해졌다. 온라인 상으로만 안부를 전하던 친구들끼리 어느 날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서로의 날짜를 맞추고 돈을 모아 여행을 가게 된 곳이 바로 경주였던 것이다. 리무진 버스를 대절하고 가이드를 한 명 섭외하여 출발한 어머니와 고향 친구분들의 여행.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이니 만큼 즐겁고 안전하게 다녀오시라고 어머니를 배웅해드렸다.


 이틀 후 어머니는 경주에 갔을 때의 여정과 특별히 재미있었던 친구들에 대해서 내게 설명하셨다. 마치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 어머니. 나는 말이 끝날 때마다 "와~ 진짜요?"를 연발하며 어머니의 이야기를 즐겼다. 음식은 어떤 걸 드셨는지, 여행지는 어땠는지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토함산에 올라 바다를 보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고선 나를 당혹게 했던 어머니의 한마디.


"토함산에 오르니까 인천 앞바다가 보이더라."

"예? 인천 앞바다요?"


 어머니의 말에 연신 웃으며 끄덕임을 반복하던 나의 고개가 순간 정지했다. 짧게나마 그게 가능한가를 고민했지만 한창 지금 즐거워하고 계신데 갑자기 말을 끊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어 이내 다시 경청에 들어갔다. 토함산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여행 일정 설명을 마무리하신 어머니. 나는 조금 전 정보를 잘못들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확인차 다시 물어보게 되었다.


 "어머니. 그... 토함산에서 인천 앞바다가 딱 보였어요?"

 "응. 날씨가 맑아서 저 멀리 있는데도 선명하게 보이더라."

 "동해바다가 아니라 진짜 인천 앞바다요? 인천은 서핸데?"

 "아이 진짜라니까? 같이 있던 가이드가 말해줬는데 그게 인천 앞바다라 했어."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시는 어머니.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숙였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을 질끈 감으면서 나는 간신히 평온함을 되찾았다. 경주와 인천 사이에는 수많은 산들이 즐비해있고, 설령 우리나라 국토 전체가 평지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시야로는 결코 경주에서 인천이 보일 수도 없다.(직선거리로도 300km가 넘기에) 그래서 나는 그게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린아이처럼 신기함과 놀라움에 눈을 빛내고 계신 어머니를 보니 차마 그 사실을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와 경주에서 인천 앞바다를 보신 거면 진짜 좋은 구경 하신 거네요? 대박."

 "그렇지~ 나도 보는데 되게 신기하더라니깐"

 "다음에는 저랑 좋은데 보러 구경 한 번 더 가요~"

 "그래그래. 그러자"


 어머니의 여행기가 끝나고 나는 침대에 누워 곧장 지도 어플을 켰다. 경주에서 인천을 본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것인 줄은 알지만 혹시나 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두 도시 간의 거리를 재고, 그 사이에 있는 산들의 높이를 측정하고 사람이 볼 수 있는 최대의 시야를 확인하게 되자 핸드폰 화면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는 참을 필요가 없었던 터라 한동안 혼자 큭큭대며 크게 웃었다. 어머니가 보았다는 인천 앞바다가 사실은 경주에 있는 '읍천'이라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토함산에서 인천은 보일 수 없다는 사실을 어머니께서 아신 것은 그로부터 약 2주 정도가 지난 일이었다. (기분 나쁘시지 않도록, 나긋나긋한 말투와 쉬운 비유를 통해 설명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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