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들이 괴성을 지르는 도로를 지나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을 무렵,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렸다.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잠기게 할 듯이 매섭게 하강하는 빗방울에 너 나 할 것 없이 정수리를 가리고 뛰어다니는 사람들. 나는 혹시나 해서 챙긴 우산을 재빨리 펼쳤고 두 켤레의 신발은 좁은 우산 아래에서 나란히 모이게 되었다. 바닥에서 튄 빗방울이 신발과 바지 끝단을 적셨던 탓에 네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불안감에 나의 두 눈이 목적을 잃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던 찰나, 너의 무게가 천천히 내 어깨에 실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끄럽게 울리던 빗소리는 그 순간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조용해졌고 낯선 고요함만이 우산 아래를 가득 매우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걸었지만 나는 포근한 안개와 같은 무언가가 우리의 주변을 둘러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방금 전 생긴 불안함을 기만이라도 하려는 듯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우산을 쥐고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져도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