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여름의 따뜻함에 익숙해져 있었던 몸은 빠르게 움츠러들었고 계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름날의 더위처럼 반대쪽 끝에 다다른 차가움은, 나에게 불쾌감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 얼굴에선 미소가 피어났다. 추억이 서린 곳을 다시 방문하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처럼, 가을에 불어오는 찬바람은 차가웠던 시절의 기억을 내게로 가져와 주었기 때문이다.
행복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을 그동안 나는 왜 잊고 지냈던 것일까? 이르게 찾아온 시림에 감사함과 반성을 새기게 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