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낙엽처럼

by 그리다

적당히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오늘. 나는 한동안 찾지 않았던 옥상의 문을 열었다. 얼마 전에 정리를 했음에도 그 사이 또 떨어져 내려 바닥을 노랗게 물들인 낙엽들. 나는 그 모습에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는 다시 빗자루를 잡았다. 바닥을 긁을 때마다 들리는 플라스틱 빗자루의 스윽스윽하는 소리. 가려운 곳을 긁어내는 것 마냥 그 소리는 어쩐지 나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이내 정리가 대충 끝났구나 싶어 허리를 펴는데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모아둔 것들이 날아갈까 싶어서 얼른 봉투에 낙엽을 담아내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바람에 실려온 낙엽들이 다시금 옥상에 노란 점을 찍어대고 있었다. 나는 잔뜩 심술이 난 어린아이처럼 양손을 허리에 얹고 집 옆으로 높다랗게 솟은 은행나무를 얄미운 듯 쳐다보았다. 나의 시선을 피하며 침묵하는 나무. 눈싸움을 진 나는 고개를 숙여 다시 빗자루를 잡았는데, 어쩐지 이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가엔 피식 웃음이 새어났다.


쓸어도 쓸어도 계속 제자리걸음인 낙엽 쓸기를 하던 도중 나는 문득 추억을 정리하는 일이 낙엽을 쓰는 일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했다고 장담하더라도 언젠가 바람이 불면 비워낸 자리 위로 다시 쌓여 가는 것이 추억이었으니까. 나는 낙엽이든 추억이든 쌓이는 것들을 완벽하게 비워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계속 빗자루를 쥐고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옥상의 문을 열지 않는 날처럼, 잊는다는 사실조차도 잊게 되는 그런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이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