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그래도 이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느낀다. 시간에 관통당한 나의 몸이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음을 알려오고 있으니까.
이제 나의 삶에도 해 질 녘에 보이는 노을과 같은 마지막 붉음이 아른거린다. 예전에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던 차오르는 밤의 차가움도 조금씩 나를 에워싸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제 나도 이 시기에만 나타낼 수 있는 모습으로 찬란히 피어나야겠다. 늦은 여름에 피어나는 어떤 꽃처럼.
떠밀리듯 살아가는 것이 싫지만 이 또한 내가 과거에 결정한 것들로 인해서 맞이하게 된 결과이니 이번만큼은 시간에 순응해 주어야지. 지금껏 청개구리처럼 살던 내가 드디어 시간의 옆에서 함께 방향을 맞추어 걸으니 신기하게도 마음은 제법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