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겸손을 가르치셨다. 누구든 어른을 뵈면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라고 하셨고, 작은 것 하나라도 받은 것이 있으면 응당 그에 맞는 감사를 표현하라고 말이다. 이번 설에 부모님을 찾아뵀을 때도 나는 또 한 가지의 겸손을 어머니께 배우게 되었다.
농사일을 끝내고 함께 집으로 가던 중 무심코 내게 해주신 말씀. 내가 이번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라는 말을 하시고는 추수가 끝난 빈 들판을 보며 혼잣말처럼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욕심이 과하면 안 돼. 손에 뭘 쥐고 있는데도 더 가지려고 욕심부리면 오히려 쥐고 있던 걸 놓쳐버려."
해냈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던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무언가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꼈다. 자식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끔 절제를 하면서도 깊이를 담아낸 한마디. 그 말은 나의 안에서 계속 맴돌았고, 파도와 같은 울림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보며 반성했다. '아직 내가 갈 길이 멀구나'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