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연이나 기적을 잘 믿지 않는다. 인과율이라는 단어처럼 모든 결과는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고 다양한 이유들이 쌓여 마침내 발현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나쁜 일이 일어나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무던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다르게 말을 한다. 내가 잘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무언가 자만심이 가득 찬 사람의 말인 것 같기에 그 공로를 그냥 외부적인 요인들에 돌려 버리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내겐 어떤 좋은 일이 생겼다. 내가 바랐던 만큼 노력한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다잡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려본다. 운이 좋았다고. 그동안의 시간들에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