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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y 23. 2022

매번 다른 감정의 글을 쓰는 이유

 나는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담아내는 감정은 연속적이기보다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날씨도 어제 비가 내렸으면 구름이 끼었다가 차차 맑아지는 순차적인 변화가 있는데, 나의 글은 어제 비가 내렸음에도 오늘은 화창했다가 내일은 다시 태풍이 몰아친다.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난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실제로 손바닥 뒤집듯 매일 다른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글을 쓰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기 때문이다. 


 우선 나는 글을 쓸 때 당일 날 떠오른 생각을 즉시 글로 써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급히 떠오른 것들은 정리되지 않은 혼잡한 생각일뿐더러, 충동적으로 떠오른 생각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생각이나 감상이 떠오르면 핸드폰이나 노트에 날짜와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둔다. 그리고 조용히 묵혀둔 뒤 다음날부터 하나씩 꺼내어 읽어본다. (보통은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글을 지우는데, 밤에 썼던 메모는 너무 감성적이기 때문에 그렇고, 아침에 썼던 메모는 너무 이성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생각에서 그렇다.) 이후 다방면의 검증을 거쳐 '써도 괜찮겠다.' 싶은 글들은 최종 합격 판정을 받게 되고 순번을 기다리게 된다.


 이렇게 저장된 글은 바로 다음날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 글들은 기록이 된 시점으로부터 최소 사나흘, 길게는 한 달이 넘어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신선식품처럼 빨리빨리 마무리 짓고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 좋을 수 있겠지만 나는 글을 일부러 쟁여둔다. 찌개도 오래 끓일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는 것처럼 나는 글에도 다양한 맛이 베어들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의 주제에도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담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을 서둘러 완성하기보다 적절한 시기가 언제일까에 더 초점을 맞추곤 한다.


 시간이 흘러 글이 완성하기에 좋은 시기가 오면 나는 생각과 역량을 동원해서 글을 쓴다. 다만 여기서 특이한 것은 이 글들이 저장된 순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날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거니와 하루하루 느끼는 것들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날그날 완성하고 싶은 글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제는 일주일 전에 기록했던 글을 완성하고, 오늘은 한 달 전에 기록한 글을 완성하게 되는 얄궂은 행태가 종종 생겨나게 된다. 결론에 도착하기까지 설명이 길었지만, 여하튼 이런 이유들 때문에 (첫 문단에서 밝힌) 매일 극과 극을 오가는 글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다른 사람의 글을 읽게 되는데 나는 그중 개성이 녹아있는 글들을 볼 때가 가장 즐겁다. 그 이유는 나 역시나 글쓰기는 자유로워야 하며,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처럼 많은 글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마음만큼은 참 자유롭다. 오랫동안 글을 써보니, 여백이라 생각되는 이런 날들이 많아야 행복한 글이 나온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기 때문이다. 논리 정연하고 가독성이 좋은 글을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단 나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다짐한다. 괜한 조바심에 글을 쓴다는 행위를 일이나 의무처럼 여기게 되면 안 되니까. 그렇게 되면 훗날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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