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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n 21. 2022

내가 좋아했던 뮤지션들

 음악은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사람은 눈을 뜨면서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세상의 소리, 또 세상의 음악과 함께한다. 아이였을 때는 모빌이나 장난감에서 들려오는 음악들이 귀에 익고, 청년시절에는 대중가요와 더불어 TV나 인터넷 등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에 익숙해지며, 생을 마감할 때는 장송곡이나 불경, 교회음악이 그 길을 밝혀주니까 말이다. 이렇듯 사람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그림, 문자와 더불어 중요한 삶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그 사실을 은연중에 깨달을 수 있다.


 나 역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음악과 관련해서 밀접한 영향을 받았다. 기쁘거나 슬플 때. 감정적으로 조금 더 심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글보다는 음악을 먼저 찾았다. 시간이 흘러도 항상 찾게 되는 음악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시기에 따라서 선호했던 노래가 달랐다. 사람은 보통 시기나 경험, 정서에 따라서 좋아하는 음악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나의 인생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장한 어린 시절에도 노래를 불렀던 것 같지만, 내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가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중학생 때부터다. 한창 혈기왕성하고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시기. 이때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해소하고자 록 음악을 가까이했다. 국내 아티스트로는 버즈나 윤도현밴드, 부활의 노래를 선호했고, 해외 아티스트로는 린킨파크(Linkin Park)나 그린데이(Green Day)의 노래를 즐겼다. 당시엔 복잡하지 않은 선율을 통해 흥을 돋우는 그린데이의 음악도 좋았지만 뇌리에 깊게 박힌 것은 단연 린킨파크의 음악이었다. 야성미가 느껴지는 독특한 보컬. 웅장한 배경음 사이로 솟구치는 엄청난 고음. 내 안에 끓어오르는 중2병의 마음을 뒤흔드는 듯한 그 아찔함 때문에서인지 하루 종일 린킨파크의 음악을 듣는 날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에는 으레 관심이 생기듯, 영어 발음은 시원치 않았지만 나는 당시에 나왔던 린킨파크의 노래 가사를 모두 외웠었다. 그중 'Faint'라는 노래는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한 게임 채널의 배경음으로 쓰여 친구들도 모두 좋아했었는데, 친구들은 그 노래가 부르고 싶을 때마다 나를 노래방으로 불렀다. 그 이유인즉 코러스 부분을 부르고 싶어도 처음에 나오는 가사(랩)를 몰랐던 탓에 가사를 알고 있던 나를 찾았던 것인데, 학교에서는 내가 유일했기 때문에 덕분에 공짜로 몇 번 노래방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친했던 친구들이 떠나갔던 탓에 약간은 반항적이고 내성적으로 성격이 변했다.('성격은 돌고 돈다' 글 참조) 그 때문에 음악 취향도 조금 변화되었는데, 반항심에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국내 음악을 듣는 것보다 해외 음악을 더 많이 찾게 되었다. 1학년 시기에는 감미로운 음색과 함께 가사의 의미도 좋았던 웨스트 라이프(West Life), 백 스트리트 보이즈(Back Street Boys)의 노래와 톡톡 튀는 음색을 가졌던 썸41(SUM41)의 노래를 주로 들었다. 물론 그 시절의 웨스트 라이프와 백 스트리트 보이즈의 경우에는 당시에 너무나도 유명한 그룹이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찾았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고, SUM41의 경우 밴드 음악을 여럿 듣다가 악동 같은 느낌의 기타 선율이 귀에 꽂혀서 바로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2학년으로 진급했을 무렵은 내 나름의 르네상스 시기였다. (어떻게 친해진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새롭게 같은 반이 된 친구 중 힙합을 좋아하던 친구와 절친이 되었는데, 그 친구와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기한 아티스트들을 여럿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블로그에서만 이름이 오르내리던 '산이'라는 래퍼를 알게 되었고, 엠씨 스나이퍼, 버벌진트, 드렁큰 타이거 등을 알게 되었다. 해외 뮤지션으로는 프리템포(FreeTempo), 누자베스(Nujabes), 다프트 펑크(Daft Funk) 등의 아티스트를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특색 있는 그 묘한 노래들을 처음 듣는 순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무척이나 황홀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경험 덕분에 3학년 시기에는 좀 더 다양한 음악들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고 귀에 익은 클래식들을 찾아보거나 오페라에서 성악가들이 부르는 음악들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중 내 마음을 이끌었던 것은 뉴에이지였었다. 당시에 나는 우연히 알게 된 '불꽃 심장'이라는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되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습관처럼 교실 창가에 앉아 '소나기[치유]'라는 노래를 들었다. 감미로우면서도 잔잔했던 멜로디는 가끔씩 몽환적인 느낌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에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풍경이 어렴풋이 떠오르곤 한다.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아이돌 가수들이 파란을 일으키던 시대였다. 거리를 걷거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들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또래의 친구들은 유행을 따라 모두 아이돌의 노래를 좋아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시대에 역행을 하게 되었다. 기계음을 섞는다던가 톡톡 튀는 음색을 가진 노래들 보다는, 가사가 담는 느낌과 음색이 선명한 김광석이나 유재하, 김현식 같은 가수들의 음악에 더 심취하게 되었다. 스피커나 음악 관련 기기들이 현재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울림. 가수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와 연주를 통해서 마치 내가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받게 해주는 그 알 수 없는 짜릿함은 현대의 노래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나는 보컬이나 각 그룹들 만의 특색이 느껴지는 인디 음악들을 많이 찾게 되었는데 언니네 이발관을 비롯하여 자우림, 페퍼톤스, 브로콜리 너마저, 참솜, 검정치마, 스웨덴 세탁소 등의 아티스트를 그때 알게 되고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마치 진주 냉면처럼 음미할 때는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돌아서고 나면 다시 생각이 나게끔 하는 매력이라고 할까? 공원을 걸을 때든 바다를 걸을 때든, 기분이 좋은 순간이든 나쁜 순간이든지 간에 그에 맞는 음악들이 계속 생각나기 때문에 인디 음악은 1년 365일 찾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팬덤이 강한 인디 가수들을 찾아보면 '유명해졌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나만 알고 싶은 가수'라고 쓰인 댓글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인디 음악은 이처럼 숨은 보석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도 대중음악과는 다른 조용한 매력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나의 핸드폰에서는 카더가든의 노래와 너드커넥션의 노래가 번갈아가면서 흘러나오고 있다. 때때로 목록에 설정해둔 멜로망스와 넬, 나이트 오프의 노래도 간간히 그 사이를 채우는 중이다. 길거리를 걷거나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여러 노래들을 듣다 보면 이제는 알게 된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노래는 왜 사랑받는지를.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좋은 음악임에도 아직까지 사랑받지 못한 음악들은 얼마나 많을지를.


 여러 음악들과 뮤지션들을 써 내려가면서 음악으로 추억할 수 있는 나의 인생이 참 신기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못지않게 지금 내 안에는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모든 순간의 나를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해주었던 수많은 노래들. 정적만이 있던 빈 공간을 활기로 가득 채워준 그 음악들에게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낀다. 훗날 나는 또 어떤 좋은 노래를 만나게 될까? 기분 좋은 설렘이 나를 끌어안는 오늘, 나는 나를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고, 때로는 휴식을 선사했던 음악들과 그 뮤지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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